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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규 인천시 문화재과장
강화는 고려의 제2도읍지다. 고려는 몽고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개경에서 강화로 천도했다. 천도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지만 최씨 정권의 권력 유지라는 부정적 사관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강화를 개경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었다고 기록된 것을 보면 분명 고려는 강화를 도읍지로 정했다.

 강화도읍 39년의 역사! 500년 고려역사에 비할 때 비록 짧은 시기였지만 전란의 위기 속에서 고려상정고금예문과 팔만대장경 등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것은 인류문명 발전에 위대한 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전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우광훈 감독의 ‘금속활자의 비밀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직지심경이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약 80년 앞서 있지만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아 인류문명 발전에 공헌했는지를 추적하는 영화다.

 하물며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200여 년 앞선 비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고려상정고금예문이야말로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런 위대한 문화유산을 낳았던 강도(江都)시기의 기록유산을 모아 자료관을 꾸며 후대에게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번 ‘강도(江都)의 꿈 실현 계획안’을 들고 강화군을 찾아간 적이 있다. 강화읍내 강화군수 댁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둥 받침대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덮여졌다는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동락천을 복개했을 당시의 상황도 귀담아 들으면서 묻혀졌던 700년 전의 고려 강도(江都)가 그 순간 다시 살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고려는 여타 역사문화권보다 연구조사 및 발굴과 복원이 미흡했다. 역사유적이 많이 없어서도 그러했겠지만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이유다.

 이런 점에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인천에 유치 설립돼 6월에 개소한다는 것은 강도(江都)의 꿈을 실현하는 든든한 지원 세력이 되는 동시에 정밀한 고증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에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를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 국사교과서 몇 종을 묶어서 행정자치부 등을 쫓아다니며 고려 강도(江都)의 실종을 이야기하고 역사의 책임의식을 독려한 결과다.

 강도(江都)의 꿈은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을 최종 목표로 5대 분야 20개 프로젝트를 약 3조 원 투입해 추진한다. 특히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은 강화읍 중심을 읍외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강화읍내 가운데로 흐르고 있는 복개된 동락천을 철거해 동락천 북측에 고려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궁궐, 관아, 체험시설을 조성하고 남측으로는 숙박, 휴양시설을 건립하는 대단위 사업이다.

 이는 수도권의 미래 먹거리요, 국내외 관광 활성화의 좋은 인바운드 자원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강도(江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 통일부, 외교부, 강화군 등 유관기관의 지원과 각계각층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항간에는 너무 큰 사업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누군가 첫 단추를 꿰야 했기에 이 시점에서 강도(江都)의 꿈 실현을 발표하며 준비한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고려인의 기개와 기상이 한반도에 웅비하는 디딤돌이 됐다고 듣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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