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死線)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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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死線)에 서라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 기호일보
  • 승인 2017.06.06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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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내가 존경하는 위인(偉人)들 가운데 유일한 일본인이 있는데 그는 가가와 도요히꼬(賀川豊彦)이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한 일본인 성자(聖者)를 든다면 그를 말한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무척이나 단순한 인생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는 그가 믿는 기독교 정신을 몸소 실천한 것뿐이었다.

 그는 21세 때 폐결핵으로 회생불능하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아 세 차례나 자살을 기도했었다. 그리고도 살아나서 그야말로 절망과 좌절의 나날을 벌레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런 희망도 아무런 위로도 그에게는 없었다.

 오직 폐(肺)에서 분출되는 피를 다시 삼키며 죽음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는 또 한 번 자살을 결심해 약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때 무심코 벽(壁)위에 걸려 있는 예수의 십자가상을 바라보게 됐다.

 그 순간 그는 예수의 십자가(十字架) 죽음은 포기나 좌절이 아니라 자원하는 희망(希望)의 죽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죽을 바에는 단 한순간이라도 예수처럼 죽어야한다"는 생각에 그는 약봉지를 던져버리고 이튿날 새벽 소달구지에 이불 보따리를 싣고 니이가와(新川) 빈민굴로 들어간다.

 당시 전후(戰後) 니이가와(新川) 빈민굴에는 아기를 낳으면 쓰레기장에 던질 만큼 가난과 무지만이 넘치는 생지옥(生地獄)이었다.

 거기서 그는 정말로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이들을 주워다가 젖을 먹여 살리고, 죽어 버려진 노인들의 시체(屍體)를 치워주는 등 죽기 전 한 순간이라도 예수처럼 살다가 죽어야겠다고 혼신(渾身)을 다해 자신의 남은 생명을 거기다가 쏟아 붓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나는 죽었다. 그리고 지금 사는 것은 여분(餘分)일 뿐이다. 이 여분은 얼마를 살든지 아까울 것도 허무한 것도 없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불태워 갔다. 단 하루를 살아도 예수처럼 살다 죽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기적(奇蹟)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를 토하던 그의 생명은 자꾸만 연장이 되어졌고 나아가서 그의 몸은 어느 새 건강(健剛)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그러한 헌신(獻身)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났으며 자신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사람들이 그를 성자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생을 체험(體驗)한 가가와는 그가 깨달은 진리를 사람들에게 외쳤다. 그것은 "사선(死線)에 서라"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하려면 사선에 서라, 절망(切望)을 이기려면 사선에 서라, 실패(失敗)를 이기려면 사선에 서라"

 사선에 선다는 것은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고 지금 사는 것은 덤으로 사는 것이니 부끄러울 것도 괴로울 것도 아까울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로 살 때만이 모든 환경을 뛰어 넘는 초능력적인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가와(賀川)의 외침은 예수의 교훈에서 나온 것이다.

 예수는 일찍이 말씀하셨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살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사실 절망이나 포기는 비겁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포기하기 전에 죽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 본다면 안될 일이 거의 없다.

 죽었다고 생각을 못하는 것은 아직도 자존심이 남아 있고 아직도 이기적이고 아직도 엄살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사선에 선 심정으로 사랑해보면 거기에도 기적이 일어나고, 사업(事業)도 사선에 선 심정으로 한다면 거기에도 기적이 일어나며, 건강(健康)도 죽은 후에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산다면 거기도 기적이 일어난다.

 이기려면 사선에 서야 한다. 두렵고 큰일이 앞을 가로 막을 땐 사선에 서야 한다. 사선(死線)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인생을 발산(發散)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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