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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근 화성시의회 부의장
올해는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의 대표적인 사례인 시화호 간척사업이 시작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시화호 간척사업은 1986년 시화지구 개발이 확정돼 전국적으로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이르던 1987년 6월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시작됐다.

 1994년 12.7km에 이르는 시화방조제 공사가 완료된 후 담수화 조성을 위해 해수유통이 곧바로 중단됐다. 이후 담수화 조성 과정에서 발생된 재앙 수준의 환경오염사태는 충격 그 자체였으며, 약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전 국민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력한 사건이었다. 수질개선에 실패한 정부는 1998년 사업 목적 중 하나였던 농업용수 조성을 포기했고, 2000년에는 시화호의 해수화를 공식 결정했다. 이후 정부는 시화호 해양 환경을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시화호 종합관리 계획’을 수립한 후 다양한 이행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오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과 함께 2011년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으로 해수유통 절대량이 증가하면서 해양과 갯벌의 생태계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시화호 내 갯벌의 대형저서생물종이 오염된 곳에서 사는 종 중심에서 점차 보통의 갯벌에서 사는 종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이것은 시화호의 수질 및 퇴적 환경이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화호가 안전하게 되살아나고 있음은 다음의 조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산자원생물인 가무락, 동죽, 바지락, 가리맛 조개 등의 패류가 종별로 각각 약 1천t 이상 대량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시화호 내외에 서식하는 농어, 전어, 숭어, 조피볼락, 노래미, 낙지 등의 수산물과 홍합과 굴등 패류의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수산물 절대 다수가 국내외 수산물 잔류 허용 기준 이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의 결과를 보았을 때 이제 시화호는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생명 복원의 의미 있는 사례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런데 되살아나는 시화호와는 다르게 시화호를 삶의 터전으로 대를 이어 살아왔던 어민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어업권 손실보상으로 정부의 역할을 다했다 할 수 있을까? 시화호 사람들의 인문사회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이 간척사업은 어민을 경제적 파산으로 몰았으며, 지역공동체 붕괴는 물론 가정 파괴의 핵심 원인이 됐다. 시화호는 자연파괴와 더불어 그곳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마저도 파괴했던 것이다.

 어업밖에 모르던 사람들에게 다른 일거리를 찾으라는 것은 가혹한 폭력 행위였다. 이러한 현황을 인지한 ‘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민관 협의로 ‘주민 재정착 방안’을 마련했다.

 개발과정에서 원주민의 삶을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검토와 노력은 소중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원주민이 대대로 이어왔던 전통적인 삶을 복원하기 위한 방안은 안타깝게도 세워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되돌려야 한다. 풍요의 바다는 어민의 몫이고 지역이 함께 나눠야 하는 자연자원이다.

 도심과 어촌의 만남!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어촌은 상상만으로도 근사하지 않은가? 시화호의 어민은 그 존재만으로도 지속가능 발전의 상징이 될 것이다.

 무분별한 자연생태 파괴와 어민들 삶을 통째로 바꾼 폭력 같은 정책에 대한 반성의 표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되돌려 줘야 한다.

 시화호 어민의 어업권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회복돼야 한다. 이에 어업권 복원과 관련한 각 주체인 경기도, 화성시, 그리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적극적으로 합리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금번 화성시가 추진하는 시화호 갯벌생물 현황조사는 희망의 첫걸음이라 본다. 30년간 끊겼던 시화호 어민의 구성진 뱃노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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