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jpg
▲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수년 전 승기천, 장수천, 공촌천, 심곡천, 나진포천 등 5대 하천의 복원 방향과 복원을 위한 주제가 설정되고 구체적인 수질 개선과 생태복원 사업이 추진됐다. 그 중 공촌천 시민토론회에 토론자로 초대됐는데 전문가의 발제나 토론보다는 지역 주민이 들려준 공촌천의 아름다운 노을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공촌천은 계양산 자락에서 출발해 서해로 흐르는 작은 하천이지만 물길이 닿는 서해로 매일 붉은 해가 지고, 아름다운 노을이 진다고, 소녀 같은 감성을 담아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그래서 공촌천의 복원 개념이 노을이 아름다운 하천으로 정해진 것으로 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인천이 인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내가 전공하는 분야에서 인천 가치는 무엇일까? 내 전공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역사, 문화, 자연 등이라며 자연 자원은 당연히 인천 가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그래서 늦었지만 서둘러 인천을 다시 둘러보게 됐고 거기서 가장 중요하게 찾은 아이템이 해넘이, 노을이었다.

도시나 나라를 부흥시키고자 할 때는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성공사례를 먼저 찾는 것이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관례라면 관례였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최소로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성공사례가 가진 함정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 국민성,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로 참고만 해야지 교조적으로 접근해 신봉하는 것은 성공을 욕망하다 실패의 고리에 엮이는 꼴이 될 것이다.

인천의 가치를 찾고 인천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 이 땅에서 시작해야 한다. 인천의 자연환경을 기본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최대한 해독해서 우리에게 맞는 계획과 실천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저녁노을은 서해안에 위치한 대도시 인천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자연이다. 써도 써도 사라지지 않는 무한자원이 저녁노을이다. 우리 세대가 가지고 놀고 즐긴다고 해서 다음 세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멋진 자원이 저녁노을이다.

저녁노을을 사진에 담으면서 너무나 큰 감흥을 갖게 됐다. 이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300만 인천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다면, 나아가 2천500만 수도권 시민들이 모두가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여유를 도시의 여기저기에서 누릴 수 있다면 도시생활의 팍팍함도 많이 풀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수년 전 있었던 공촌천 시민공청회 이후 왜 저녁노을이 내 생활에 가까이 있지 못했을까? 인천 바닷가에서 왜 멋진 노을을 본 기억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매일, 매일 해가 뜨지만 동해안 해돋이가 1월 1일을 전후한 이벤트이듯이 저녁노을을 즐기는 것도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매일을 정리하고 매주를 정리하고 매달을 정리한다면 생활 속에서 해넘이는 늘상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이지 싶다. 그리고 해돋이는 보통 시민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해가 뜨지만 해넘이는 시민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해가 지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해넘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최근에 안 것이지만 해돋이나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이내로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를 지나쳐 버릴지도 모른다. 해넘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현대 과학의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 계절에 따라 해가 지는 방향이 달라지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해넘이 장관을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해넘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지역의 언론이나 앱을 이용해서 미리 예보돼야 시민들이 더 쉽게 해넘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저녁 뉴스에서 다음 날 날씨를 이야기하듯이 아침 뉴스에서는 그날 해넘이가 멋질지, 어딜 가면 장관을 볼 수 있을지 알려주는 낭만 가득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