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노인이 급속히 증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미흡하다.

 어느 가정에나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부양 가족이 겪는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지만 치매 노인 문제는 온전히 개인적인 가정사로 치부된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정의 가장 큰 애로는 실종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져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해지곤 해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때로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가족으로서는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 노인 실종 건수도 급속한 증가 추세다. 지난 5년간 무려 30%가량 늘었다.

 그러나 실종을 막을 수 있는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고작 3%에 그칠 만큼 치매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1시 4분께 청주 도심을 가르는 무심천에서 노인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평범한 옷차림의 80대 할머니였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A(84)씨는 시신이 발견된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500m가량 떨어진 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집을 나섰다. 멀지 않은 곳에 따로 살고 있지만 살뜰하게 어머니를 챙기는 자식들이 다녀간 지 불과 1시간 뒤였다.

 자식들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변고였다.

 유가족은 경찰에서 A씨가 평소 치매 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치매는 기억력,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고령의 노인들 중에는 순간적으로 치매 증세를 보여 집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동 경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7일 충북 보은군에서는 가출 신고된 김모(94·여)씨가 자택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은 이날 오후 외출한 김씨가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유족은 경찰에서 "실종 신고한 뒤 혹시 몰라 창고 내부를 살펴보다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도 치매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 질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노인 실종 신고 건수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 노인 실종 신고 건수는 2012년 7천650건에서 2013년 7천983건, 2014년 8천207건, 2015년 9천46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9천869건에 달했다.

 5년동안 무려 30% 가까이 증가했고, 1년새 9%가 늘어난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노인 실종 건수가 급속히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27명이 치매 노인이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어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셈이다.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힘든 치매 노인을 찾기 위해 투입되는 경력도 상당하다.

 지난 2월 청주에서는 병원을 나간 치매 노인이 실종 신고 27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매일 형사·기동타격대 20여명을 투입하고 드론까지 동원해 한 달 가까이 수색을 벌였다.

 정부는 실종 치매 노인 문제 해결책으로 배회감지기·인식표 보급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치매 노인의 실종을 예방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치매 노인이 배회감지기를 휴대하면 보호자는 휴대전화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알림 문자를 보호자에게 발송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배회감지기 사용 인원은 2013년 380명에서 지난해 3천734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보급률은 여전히 미미하다.

 올해 전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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