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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역사소설가
일본은 지금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장기 집권이 확실하게 전망되는 아베 총리는 지난번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때를 새로운 헌법이 실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는 구체적 일정을 밝혔다.

 개헌 찬성파가 개헌한 발의 요건인 중의원과 참의원 의석 ⅔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국회 사정을 보면 아베 총리의 기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일본 국내 여론은 북핵·미사일로 인한 동북아 긴장 상태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강도가 약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편,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정권 장악이 강화되고 있다. 측근 그룹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이 권력 핵심으로 약진해 올 가을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1인 체제를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즈장신쥔은 시진핑 주석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저장(浙江)성 서기로 근무할 당시에 함께 일했던 측근 그룹을 통칭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그룹을 대표하는 샤바오룽(夏寶龍) 전 저장성 서기가 공안과 검찰, 법원,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로 승진할 것이 유력하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학원 부교수는 "시 주석과 샤바오룽은 여러모로 스타일 자체가 흡사하다"면서 시민사회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예로 들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즈장신쥔 인맥을 통해 주요 성(省)을 장악해 왔다. 저장성 부성장을 지낸 바인차오루(巴音朝魯)는 이미 2010년부터 지린(吉林)성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4년에 서기로 승진한 바 있다.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서기의 경우는 시진핑 주석이 그를 중앙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이번 당대회에서 구이저우 성 대표로 참석한다고 전해진다. 이외에 이미 중앙 정치에 고루 포진한 즈장신쥔은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류치(劉奇·장시 성 성장), 우양성(樓陽生·산시성 성장)을 비롯해 황쿤밍(黃昆明) 중앙선전부 상무부부장,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상무부주임 겸 판공실 주임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내년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함께 헌법 개정을 공약한 바 있다. 아직 헌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은 전해진 바 없지만 그동안 논의가 활발했던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지방분권화를 보다 강화한다는 정도는 분명하다. 북한 정권의 무분별한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대화되는 시기에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형태의 권력 분산을 마치 민주화의 핵심인 양 강조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원집정부제니 내각책임제니 하는 권력 구조 개편을 주로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혹자는 대통령 권력을 국회 권력으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고, 혹자는 그런 방향이 보다 민주화되는 첩경이라고 했다.

 여기서 헌법 개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보면 (만일 의외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중국의 시진핑, 분한의 김정은, 일본의 아베,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 등등이 주변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 분명하다. 2020년 우리가 처할 국제정치 환경이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거의 1인 체제에 가까운 권력 집중화를 꾀하고 있는 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그들은 식민지배의 역사 청산에 꼼수나 쓰는 전범국가다. 미국을 등에 업고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주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민족화해정책을 폄하하고 있다. 중국은 또 어떤 나라인가? 한국 안보에 따른 사드 (찬성하든 반대하든 우리의 문제 아닌가) 배치를 두고 동북아 지역의 전략균형을 파괴한다는 이유를 대고 무역·관광·한류에 대해 보복하고 있는 대국답지 않은 패권국가다. 미국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그런 나라이고 전쟁을 할 기회만 있으면 거침없이 나서는 국가다. 2020년은 그리 머지않았다. 어설픈 민주주의 권력을 놓고 백가쟁명할 그런 한가한 시간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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