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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은성 안성시장
며칠 전, 광주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을 안아 주는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 구석이 먹먹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모사를 낭독한 유가족 김소형(37)씨는 1980년 5월 18일이 생일로, 자신을 보러 병원으로 오던 아버지가 계엄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 참혹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아마도 자신이 그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일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결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될 수 없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스러져간 선각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6·25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겪었는가.

 월남전과 4·19, 제주 4·3항쟁 등 목숨과 바꾸어 지킨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고,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여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일만큼은 여야도, 진보와 보수도 따로 있을 수 없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평가가 서로 어긋나서도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도 결코 안 될 것이다.

 고루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의 오늘은 어제의 산물이다.

 마찬가지로 내일은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면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성시가 조성 중인 미양면 고지리 공설공원묘지의 봉안시설 가운데 1천500기를 ‘보훈단체 전용 봉안시설’로 조성해 보훈대상자에게 제공하기로 한 결정도 바로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우리 시는 또 올해 국가보훈대상자의 보훈명예수당을 80세 이상에 대해 60% 인상했으며, 국가유공자로 승계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참전 유공자의 미망인에게도 명예수당을 지급하고자 지난 3월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 숭고한 희생정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오늘에 반영하는 것은 그리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오롯이 자신을 내어준 대가로 이 나라를 지켜낸 국가보훈 유공자들께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성시에는 상이군경회를 비롯해 9개 보훈단체 회원 1천900여 명의 국가보훈대상자가 있다.

 이들이 호국원으로 안장을 원할 경우, 국립이천호국원이 2017년 4월에 만장됨에 따라, 멀리 있는 영천호국원(경북)이나 임실호국원(전북), 산청호국원(경남)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보훈대상자 1천913명 중 약 80%가 화장 후 봉안을 희망하고 있어, 안성시는 적정 수준인 1천500기를 ‘보훈단체 전용 봉안당’으로 이번에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고지리 공설공원묘지는 총 1만6천930㎡의 면적에 자연장지 1천500기(2천192㎡), 봉안당 9천 기(3천654㎡), 관리동 1동 등을 갖춘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올해 6월에 공사를 착공해 2018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이번 안성시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 자칫 잊혀질 수 있는 보훈대상자들의 권리와 존엄이 다시 한 번 부각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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