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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지난 6일 제62회 현충일을 맞은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은 과거와 다른 감회를 느꼈으리라. 추념식을 지켜본 국민들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숙연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추념식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은 많은 국민들에게 단순히 여러 개 국경일 중 하나 내지 그저 하루 쉬는 날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금년에는 달랐다. 통상 현충일 추념식에서 4부 요인들이 자리했던 대통령 곁에는 국가유공자들이 앉았다. 지난해 지뢰 사고로 우측 발목을 잃은 공상군경과 2년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당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문 대통령 내외의 주변에 자리했다. 국가유공자들을 명실상부하게 ‘주인공’으로 예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그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애국·정의·원칙·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나가자"고 역설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족했다.

지난달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진정성’이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다"라면서 힘차게 노래를 제창해 국민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줬다. 또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도 진정어린 기념사로 민주열사들을 추모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상이군인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보훈처장에 발탁해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요즘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80% 내외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이 바로 대통령의 ‘진정성’인 것 같다.

 그런데,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말로 그쳐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보훈기본법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의 숭고한 정신을 선양하고 그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의 영예로운 삶과 복지향상을 도모하며 나아가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데(제1조), 이에 부합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 지원 수준은 매우 낮다(지난해 기준으로 보훈연금을 받는 85만8천859명 중 38만2천192명(44.5%)이 4인 가족 도시근로자 소득 수준인 월 403만7천 원보다 적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13만6천38명은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에 미달한다고 한다). 특히 보훈연금 수급자가 대부분 노령인데도 불구하고, 보훈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노령연금을 주지 않는 불합리한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데 따라 지급하는 보훈연금을 다른 일반 소득과 같은 차원에서 취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헌법 제29조 제2항(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 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본래 ‘군인 등의 배상 제한규정’은 베트남전이 한참이던 1967년 3월에 국가배상법에 급조됐다. 만약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상관의 ‘위법·부당한’ 명령 때문에 사상(死傷)하게 되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터인데, 이를 제한해 재원 소요를 막기 위해 입법한 것이다. 이 규정에 대해 "군경과 민간인(또는 다른 공무원)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위헌"이라고 1971년 대법원에서 결정(대법원 1971.6.22. 선고 70다1010 전원합의체 판결 - 이 판결은 이후 제1차 사법파동의 원인이 됐다)을 내렸지만 1972년 유신헌법에 규정된 후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이다. 향후 헌법 개정 논의 시에 이 조항의 삭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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