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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짙푸른 수목이 눈길을 사로잡는 계절이다. 자연녹지와 도심공원 등에는 휴식과 삶의 여유, 건강을 찾는 인천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시 내 생활권 공원은 우리의 삶의 질로 직결된 존재다. 도시의 공원은 그 도시 정체성의 본질을 이룬다. 도시 경쟁력의 요체다. 실제로 우리의 대표적 도심공원인 중앙공원, 자연녹지인 계양산·문학산을 떠올려 보라.

 그런데 미세먼지 풀풀 날리는 삭막한 도시에 공원녹지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늘 그 자리를 지킬 줄 알았던 뒷동산, 동네 공원이 사라진다면? 녹지가 사라진 자리에 고밀도 아파트 단지, 상업시설이 속속 들어선다. 도시의 숨통은 급격히 조여지고 마천루의 ‘콩나물시루’가 된다. 인공으로만 채워진 도시는 소비의 블랙홀이 되고 만다. 동시에 폐기물과 오염원 배출의 원흉이 된다. 결국 도시 사람들은 생기를 잃은 채 살아가거나 쾌적한 삶을 꿈꾸며 이주할 수밖에 없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전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비해 마땅한 해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지자체는 공원 등으로 개발 계획만을 세웠을 뿐 장기 미집행된 경우 부지 사용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헌법소원이 지난 1997년에 제기됐고 1999년 ‘20년 경과 시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효력상실’이 확정됐다. 그 결과 오는 2020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계획상에 존재했던 공원녹지가 재산권 행사가 가능한 토지, 즉 개발 가능한 땅으로 바뀐다.

 2014년 현재 전국적으로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도시계획시설의 전체 면적은 7억1천426만1천726㎡, 그 중 미집행 면적은 5억8천293만769㎡이다. 인천의 경우 2015년 12월 기준으로 2만6천693㎡가 미집행 공원녹지다. 전체 공원 면적의 46.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제와 동시에 개발이 예견되는 당장 급한 땅만 사들이는데도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야 한다. 가까운 서울시의 경우 장기 미집행 공원의 사유지 40.3㎢를 사들이는데 약 11조 6천785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1조7천495억 원의 예산을 들여 4.71㎢ 면적을 해결했을 뿐이다.

 사안의 복합성이나 천문학적 예산 소요로 헌법재판소 불합치 판정 이후 20년 가까이 별달리 손을 써보지도 못했다. 시행 시기가 3년 앞에 닥친 마당에도 머리카락만 쥐어뜯고 있는 형국이다. 장기 미집행으로 남은 공원은 대부분 1970년대까지 국가에서 지정한 도시계획시설이다. 이후 도시공원의 조성 및 관리가 지자체 고유사무로 이관되며 ‘폭탄’이 되고 말았다.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민간공원특례제도는 난개발, 환경훼손, 특혜시비로 차라리 없어져야 할 대책으로 낙인찍힌 상태다.

 해당 사유지를 공공재정으로 매입하는 방안이 최우선이나 지자체 스스로 막대한 소요재원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자체들은 대상 부지 중 국·공유지의 실효 제외, ‘국유재산법’상 지자체가 공공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경우 국·공유지 무상양여, 광역도로와 철도와 같이 과감한 정부 재원의 투자 등 국가, 특히 기획재정부의 전향적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공동대응이 ‘골든타임’에 맞춰지지 않을 경우 벌어질 일은 대혼란, 파국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와 관료주의가 대처를 난망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인천시에 대한 강력한 대책마련 촉구와 동시에 국민(시민)이 기획재정부,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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