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장발에 다리 윤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스키니 진. 몸에 붙는 쫄티까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영락없이 헤비메탈 그룹의 보컬이나 기타리스트로 여길 만한 외관이다. 현재 직업은 인천 지역 인터넷신문 ‘인천IN’의 기자지만, 자신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콘텐츠 기획자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배영수(40)씨가 이번 ‘월요일에 만나는 문화인’의 주인공이다.

배 씨는 2015년부터 인천에서 음악감상회를 진행하고 있다. 시즌이 잡히면 매주 토요일마다 중구 버텀라인에서 열리는 음악감상회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대륙별로 현지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설명하고, 해당 대륙의 대중음악을 관객들과 함께 듣는 감상회다.

"음악은 그 사회를 나타내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를 보면 유신시대, 독재정권 하에서 민중가요나 저항가요가 생겨났잖아요. 아프리카나 남미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우리와 같은 아픔이 있었고, 민중가요 같은 음악도 나타났죠. 어떤 나라의 역사와 음악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얘기해 주는 자리가 있다면, 음악감상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은 앞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할지 나름대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여겼습니다."

아직 지역사회에서는 배영수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탄탄한 음악 관련 경력을 지니고 있다.

본적이 숭의동인 배 씨는 어려서부터 음악교사였던 어머니 유호희 씨의 영향을 받아 클래식과 재즈를 자주 접했다. 신학대에 진학했지만 고등학교 입시를 클라리넷으로 준비했고 교회 찬양단에서는 드럼을, 개인적으로는 재즈를 공부했다. 2000년대 초반 군 제대 후 노래방 반주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짬짬이 이름 없는 뮤지션들의 작·편곡을 도왔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당시 음반 사이트였던 ‘음악창고’에서 음반 리뷰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일부 마니아층에서 이름을 알렸다. 2006년부터는 오이뮤직이라는 음악잡지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 선정위원, M.net KM 뮤직 페스티벌(MKMF) 선정위원을 맡기도 했다.

"2010년 인천에 와서 이듬해부터 인천IN 기자로 활동하고 있죠. 본업은 기자지만 문화예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본업을 음악평론이나 음악기획으로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돼요. 그런 직업으로는 생계를 꾸리기가 불가능하거든요. 어떤 일이든지 집중해야 좋은 콘텐츠가 나오고 자신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죠. 기자라는 직업에도 충실하고, 마감 이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 씨가 요즘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낙후됐던 원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고 그에 따라 임대료가 오르며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한 현상이 최근 들어 신포동이나 부평 등에서 나타나면서 인천에 자리잡기 시작한 문화예술인들이 내몰릴까 봐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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