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사회부장(컬).jpg
▲ 박정환 정경부장
부러움이 아주 없진 않다. 그보다는 배알이 꼴리고 울화가 치민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어나는 졸렬한 질투의 감정 따위가 아니다. 구슬을 서 말이나 갖고도 꿰려고 들지 않는 부작위(不作爲)에 대한 분노다.

 지난 5월 나흘 동안 아라뱃길 김포 아라마니라에서 ‘2017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렸다. 올해로 10년째 접어든 이 해양레저 전문 전시회에 27개국 387개 사가 참가했다.

 유럽 최대 빅바이어 네덜란드 ‘왓스키(Watski)’사도 전시회에 나타났다. 이 회사는 낚싯대 전문 제조사인 ㈜엔에스(인천 남동구 간석동)와 구매계약을 맺었다. 경기도 화성의 보트코리아는 전시용 보트 40척을 그 자리에서 모두 팔아 치웠다.

 부산의 대원마린텍은 아부다비 쉽빌딩(Shipbuliding)과 35만 달러의 보트제작 상담을 벌였고, 경기도 김포의 동진아이엠테크는 인도네시아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국제보트쇼에 관람객 4만5천500여 명이 다녀갔다. 상담계약 실적만도 2억5천만 달러에 달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화성 전곡항 일대에서 경기국제모터쇼를 치렀다. 전시회 장소를 아라마리나로 옮긴 것은 경기도 나름의 셈이 있어서 일게다. 하기야 입지조건이나 뭐로 보나 전곡항은 김포 아라마리나에 비할 데가 아니다. 해양레저를 즐길 줄 아는 수도권의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곡항보다 김포 아라마라나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경기도도 알아차린 것이다.

 김포 아라마리나라고 해봐야 경인 아라뱃길 인천서 기껏해야 14㎞ 남짓이다. 인천은 170여 개의 섬을 갖고 있는 해양도시다. 도대체 인천은 무엇이 모자라서 경기국제보트쇼 같은 행사조차 기획하지 못하느냐 말이다.

 경인항을 둔 아라뱃길이 개통한 지 5년이 넘었다. 항(港)에 화물이 없고, 뱃길에 배가 없다. 지난해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3만4천464TEU로 하역능력(45만5천TEU)의 7.6%에 그쳤다. 유람선 탑승객은 13만2천 명으로 KDI 예측치(2011년 기준) 59만9천 명의 22%에 머물렀다. 운영사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아라뱃길, 특히 경인항은 눈엣가시다. 차라리 인천해양수산청이나 인천항만공사 등 전문 조직이 가져갔으면 하는 눈치다.

 경인 아라뱃길을 물류로 키우기에는 이미 글렀다. 레저와 관광산업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자전거 투어의 명소로 남아 있기엔 투자비 2조7천억 원이 너무 허망하다.

 맹랑한 생각을 해 본다. 인천시가 경인항과 3천293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인천터미널 물류부지(114만5천㎡)를 무상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아라뱃길 주변의 그린벨트(460만㎡) 일부를 풀어 K-water가 주거· 친수공간·상업 시설 등으로 개발토록 하는 조건이다.

 그런 다음 물류부지에 요트산업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은 요트산업과 관련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삼광조선공업·태항조선·경인기계·에스에이치조선·대기해양·우리해양 등 동구 만석동과 화수동 등지의 조선업체에 땅을 주는 것이다. 특수선박 기술을 축적한 이들 업체는 ㈜인천조선이라는 법인체를 세우고 640억 원을 들여 거첨도 해상을 매립해 17만5천㎡ 규모의 조선단지를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부딪혔다. 거첨도 선박수리조선단지는 항만 기본계획에 이미 반영된 상태다.

 인천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요트에 들어갈 수 있는 전기전자 업종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구 서부산업단지에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LG전자 인천캠퍼스가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요트의 실내를 장식하는 목재산업도 여전히 건재하다.

 무엇보다 인천은 요트로 둘러볼 수 있는 섬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왕산·덕적도 서포리·중구 중산동 영종준설토투기장·송도 국제여객부두 등지 마리나 시설을 설치했거나 조성할 계획을 세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이 해양주권을 찾고 가치재창조를 위한 노정 위에서 짊어지고 가야할 4차 산업이 요트산업 아닐까.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