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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최근 ‘사회적 경제’가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 제5회 협동조합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 영상 인사말에서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 극복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주목하고 있다"며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경제 제품 구매 확대와 접근성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사회적기업의날 10주년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는 양극화를 줄여나갈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주목하고 있으며, 공공의 가치를 중심에 둔 조직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 사회의 일자리와 양극화 문제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풀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명확한 개념적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사람과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특징을 가진 경제개념이라고 이해되고 있으며,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2012년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사회적 경제 논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모델로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이 있는데, 공동체의 상생·공생 및 사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에 대한 역할이 강조된다. 마을기업은 행정자치부가 주관하고 주로 마을단위의 지역공동체 활성화 내지 환경개선에 대한 역할이 강조된다. 또한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공동의 목적을 가진 조합원들의 권익증진과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에 대한 역할이 강조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사회적 경제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복지·교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기여도가 크다는 점을 참고하고, 2014년 프랑스에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제정한 사례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규정하고 이들 조직을 육성·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입법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청년실업·주거문제 등 공동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찬성하는 의견이 많지만,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며, 관치경제·부실화 등 각종 경제적 폐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생각건대, 사회적 경제가 마치 사회주의 경제를 의미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를 줄여나가고자 하는 수정자본주의 입장의 연장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과 토대를 긍정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입법을 전면 반대할 것은 아니고, 중요한 것은 법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냐의 문제라고 본다.

 먼저, 법안에는 민간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즉, 지역과 민간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 조성을 위주로 해야 하며, 정부의 보호·육성·지원은 최소화함으로써 자율경영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를 빌미로 정부의 지원을 탐하는 사례와 사회적 경제가 갖는 좋은 취지를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빈발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최근 의료생협을 설립해 사기행각을 벌인 사례도 있다). 특히 사회적 경제조직(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은 소위 ‘주인이 없는 조직’이 돼 부실화될 우려가 크므로(주인이 많으면 주인이 없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쉽다), 투명경영·준법경영이 담보될 수 있도록 내부 통제장치는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건전성 감독을 제도화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과도한 장밋빛 기대,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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