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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청소년들이 아침밥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는 취지에서 0교시 폐지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혼자 밥을 먹고 좀 더 늦게 학교를 가며 그 시간에 과외가 이루어진다. 맞벌이 부모는 자녀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과 아버지, 어머니는 이래야 한다는 사명감에 죽음으로 달려가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가족들이 같이 식사하고 대화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알자고 0교시를 폐지하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치이며 누구도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유명 골프선수인 장하나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퍼의 길을 접고 한국에서 골프를 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뉴스였다. ‘세계 랭킹 1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라는 말로 미국 골프생활을 포기했다. 1등보다는 부모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골프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장하나 선수의 쉽지 않은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프로골퍼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LPGA투어 멤버십을 반납,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선수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는 것을 자진반납하고 돌아온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면서 베풀며 살고 싶다는 이유. LPGA투어에 진출한 이듬해부터 승리를 거둬 통산 4승을 올리며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퍼포먼스로 많은 팬을 거느린 선수가 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돌연 LPGA투어를 포기하고 돌아온 경우는 없었다. 그러하기에 장하나 선수가 더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교육적인 차원보다는 정치적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수정되고 변형되고 있다. 청소년이 미래의 주역이라고 외치면서 그들에게 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주입식 교육만 강조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꿈은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게임 프로그래머나 네일 아티스트, 요리사 등 십여 년 전에 부모님들이 기겁할 직업을 하겠다고 꿈을 제시한다. 미래의 직업은 현재의 직업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꿈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와 우리 사회는 1등만을 줄 세우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교육이고 학교여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골프가 전부인 자신만의 길을 달려 온 장하나 선수가 진정한 행복을 나만의 성취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것임을 깨닫고 돌아온 것처럼, 우리의 청소년들이 장하나의 깨달음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는 인천동산고를 졸업한 인천의 자랑이다. 동구에 가면 류현진 거리가 있고 그 거리를 거닐면서 야구를 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서흥초등학교(1965년 개교), 서림초등학교(1939년 개교), 창영초등학교(1907년 개교)뿐만 아니라 야구를 하는 초등학생들은 류현진을 보면서 미래의 자신을 키워가는 지 모른다. 제2의 류현진이 안 돼도 좋다. 다만 니들이 야구를 즐기면서 행복하다면 그것이 꿈을 이루는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어른들의 위장전입은 사과 한마디로 장관이 되면서, 야구를 하고 싶은데 원칙에 위배된다고 야구를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속출한다면 이것은 너무 불공평하다. 인천 서흥초교 야구 선수들은 어린 나이지만 야구에 대한 신념으로 집을 떠나 먼 곳의 학교로 와야 했다. 힘들지만 야구의 꿈을 위해 통학을 했고 그들의 부모들이 희생하고 있었는데도, 전통있는 야구부가 위장전입생이라는 탁상행정에 해체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이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그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몫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장하나의 멋진 복귀를 칭찬하고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일까, 아니면 정상에서 소중한 가족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동물의 세계에 사는 최고 선수를 만들 것일까.

 100년을 준비하고 만드는 참교육의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하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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