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강화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기대감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도입을 내비쳤다.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 개헌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을 마련하겠다"며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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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27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됐다. 지방의회를 기준으로는 26년, 지자체장으로는 22년의 ‘청년’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의 권한과 재정권은 중앙정부에 예속돼 있다. 국회와 중앙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권한도 열악한 지방의회의 위상 역시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주민들의 시선은 상당수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을 향해 있으나 지역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 전반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은 지방의회다.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란 말로도 표현된다.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의회 활동이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고, 그 구성원인 지방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집해 행정에 반영하고 변화를 이끈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 지방의회의 맏형 격인 경기도의회 정기열(민·안양4)의장을 만나 새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방향 및 지방의회의 발전 방안 등을 들어봤다. 정 의장은 지난해 7월 제9대 도의회 후반기를 이끌어 갈 의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7대 도의회에 입성해 3선에 성공한 지방의회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정 의장은 우선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개헌 약속은 지방정부를 중앙의 하부 조직으로 인식하던 관계를 수평적 구조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형 개헌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국민 모두의 갈망"이라며 "지방의 자율과 창의가 꽃피울 수 있어야 진정한 지방자치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회를 통해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자치행정의 기반이 조성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에 예속된 구조 속에 미흡한 자치권 보장, 지방재정 여건 약화로 강력한 지방자치 실현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정 의장은 "지방자치의 본질은 각자 자신의 돈으로 스스로 살림을 꾸리도록 하는 데 있지만 중앙정부는 ‘매칭 예산’이라는 이름 하에 각종 정책의 재정 부담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며 "실질적 지방분권 완성을 위해서는 재정권이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돼야 한다. 또 국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지방세의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속적인 국세의 지방세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특히 주민들이 느끼는 복지와 인프라, 생활밀착형 제도는 지방의원의 손을 거친 것이 많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의 한 과제로 지방의회의 권한과 기능 강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한 해 심의하는 예산은 30여조 원, 의원 1인당 주민 수만도 10만여 명에 달하지만 국회의원과 달리 모든 업무를 혼자 감내해야 한다. 정치자금을 모을 후원회조차 둘 수 없어 풀뿌리 생활정치인들의 지방의회 입성에 큰 벽이 되고 있다. 권한 확대 요구마저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해 교섭단체에 의회사무처 직원을 배치하는 일과 도의원이 도정에 관여하는 ‘지방장관’을 겸직하는 문제를 두고 행정자치부와 갈등을 빚었다.

 자치법규인 조례가 법령에 의해 가로막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의회는 지난해 도내 유치원을 ‘전자파 안심지대’로 지정해 기지국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는 ‘중앙정부 사무’, ‘상위법 위반’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조례 무효 소송을 내면서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정 의장은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의 시대적 가치 속에서 지방의회의 기능 강화가 시급하다"며 "지방의원 보좌관제와 인사권 독립 실현 등으로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이 되도록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원회 제도도 도입해 역량 있는 인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지방자치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방의원의 정책 지원 전문인력 확보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데 대해 "무엇보다도 국민적·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방분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개정안도 곧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지방의회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방의회의 자체적 역량 강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도의회는 도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본연의 역할인 조례 제정을 위한 입법전문성 제고를 위해 자체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의원 역량 강화 교육 지원, 자치법규 등 입법과제 검토 지원, 지역상담소 운영 등 지방의회가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뒷받침을 한 결과 9대 의회 들어 1천30건의 조례가 발의됐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전국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에는 사무처 내 ‘지방분권 TF’를 꾸려 정부에 제안할 지방분권·지방자치 강화 정책과제들을 발굴하고 있다.

 정 의장은 "도의회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할 헌법 개정 필요성을 수차례 피력했다"며 "전국 최대 광역의회로서 자치분권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갈망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국민 모두의 갈망"이라며 "다변화, 거점 다양화를 통해 각 거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것이 국가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내년 지방선거 전 조속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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