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분들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공장을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송기현 에이치이솔루션 대표가 변압기 보호나 개폐용으로 사용되는 폴리머 재질의 스위치인 ‘폴리머 컷 아웃스위치(Cut-Out Switch)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기현(43)에이치이솔루션 대표는 열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포부를 밝혔다. 인천의 한 벤처기업이 만든 기술이 전 세계 전력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이솔루션이 개발한 ‘전계완화가 가능한 폴리머 컷 아웃스위치(Cut-Out Switch, 이하 COS)’ 얘기다.

‘폴리머 COS’란 주상변압기나 수용가 변압기 1차 측에 설치돼 변압기 보호와 개폐용으로 사용되는 폴리머 재질의 스위치다. 송 대표가 만든 COS는 섬락(절연이 파괴되는 것) 전압시험에서 기존 제품보다 22∼24% 높은 효율을 보였으며, 부피와 무게도 5.48㎏으로 줄여 불량률도 감소시켰다. 한전의 까다로운 자격시험을 통과할 만한 제품은 현재로서는 송 대표가 만든 COS가 유일하다.

송 대표가 새 COS를 만드는 데는 ‘인천’의 도움이 컸다.

송 대표는 3년 전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아무 탈 없이 다니던 화성의 직장을 관두고 ‘에이치이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창업부터 했다. COS에 대한 구상뿐만 아니라 설계까지 다 마친 상태라 자신감은 넘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공장 사무실을 빌린 뒤 지역 기업지원기관을 돌아다녔지만 그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한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경기테크노파크도 전년도와 바뀐 지원제도 때문에 지원자격 요건이 아예 되질 않았다.

송 대표는 "그때는 제품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데만 신경 써서 상대방이 COS의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멋쩍게 말했다.

당시 인천에 살던 한 지인이 인천신용보증기금을 소개했다. 냉담했던 화성과는 달리 인천신보는 송 대표의 말을 잘 이해했고, 선뜻 5천만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송 대표는 지원금으로 2015년 6월 서구 가좌동에 165㎡ 크기의 조그만 공장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 양산에 몰두하는 사이 반년이 지났고, 지원금은 벌써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장 부지는 비만 오면 곳곳에서 비가 새고, 주변은 쇳가루가 날려 전기 관련 실험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실장과 과장까지 3명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하며 나머지는 열정페이로 때웠지만, 수익이 없는 창업기업은 앞날도 어두웠다. ‘용역 알바’를 해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어 가족들의 도움도 받았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차량용 컵 홀더인 ‘꼬바’도 개발해 봤지만 홍보 부족으로 제대로 팔지도 못했다.

다행히 인천 기업지원기관들은 COS의 가치를 알아봤다. 실사를 나온 인천중소기업청 담당자는 그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고, 산학연 기술 첫걸음 기술개발사업 심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은 대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 서서 조언을 해 줬다.

산학연 기술 첫걸음 사업으로 그렇게 원하던 ‘전계완화용 폴리머 COS’를 드디어 개발했다. 이후 인하대학교와 함께 한 창업맞춤형사업화 지원사업에선 COS 상용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송 대표는 "2주에 한 번씩 있는 산학협력단 교육에서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창업기업에 필요한 세무회계와 마케팅, 투자유치 방법, 특허 등록, 노무관리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송 대표는 인천에서 받은 도움을 인천에 베풀 계획이다. 인하대 산학협력단과는 이미 가족회원으로 등록했다. 최근에는 인하대 학생들과 ‘항공우주 요소설계 경진대회’에 나가 함께 상도 받았다. COS 부품도 전부 인천에 있는 12곳의 업체에서 납품받기로 했다. 내년에 상용화되면 업체 수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화성에 짓고 있는 생산공장도 기회만 되면 인천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송 대표는 "전기 실험은 인근에 공장이 없는 부지여야 가능한데, 단독 공장 부지가 많고 갯벌을 메운 송도가 실험하기엔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땅값이 워낙 비싸 입주자격을 제대로 알아볼 엄두가 안 난다"면서도 "나중에 매출이 늘고 자리를 잡으면 송도로 꼭 옮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예상 매출을 10억 원, 내년에는 40억 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이 나면 인하대 학생들을 고용해 취업 걱정을 덜어주고 싶다고 한다. COS 외에 갖고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나눠 스스로 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그의 소망이다.

송 대표는 전력기기 제조업계가 30년 동안 정체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발전할 수 있는데 선배들이 노력은 안 하고 후배들에게 기술 전수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라며 "제 나이 아래는 이쪽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가에서 전기산업에 관심을 좀 더 가져 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송 대표는 "‘산업의 쌀’인 전기가 있어야 모든 산업기술이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도 실현이 가능하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국내 전기인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신경 써 달라"고 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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