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牛步)의 걸음으로 산을 옮기듯 한 걸음씩 나간다.’ 요즘 안성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안성시는 지난달 말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 이날자로 지방채 450억 원을 전액 상환한 것이다. 채무 제로를 선언한 안성시는 지금부터 ‘시민 행복’을 목표로 잡았다. 각 분야에서 이뤄 낸 산물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황은성 시장을 만나 지역 현안과 앞으로의 시정 추진 방향을 들어봤다.

▲ 8월 개장할 안성맞춤 아트홀.
# 재정건전성 확립

황 시장은 빚이 없는 살림살이는 개인이나 지자체 모두 건전경영의 출발점이라고 단언한다. 지방채 약 450억 원을 전액 상환한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다. 이번에 일시 상환한 지방채는 민간투자(BTO) 형식으로 진행된 하수도시설 사업을 해지하면서 지급한 경기도지역개발기금 채무이다.

원금 449억8천만 원과 이자 4억7천300만 원을 합해 454억5천300만 원이나 된다. 당초 2024년까지 3년 거치 5년 균등상환하는 조건으로 발행된 안성시 하수도사업 공기업특별회계 지방채를 7년이나 앞당겨 전액 상환했다. 이자지급액 약 48억 원을 절감한 것이다. 그래서 그 의미가 깊다. 시는 지난해 6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 민간투자사업 합의 해지라는 정책을 실현했다. 향후 얻게 되는 재정 절감 효과를 시민에게 환원하기 위한 사용료 조정 시민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사용료 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빚이 없는 시의 균형재정은 안성의 건강한 살림살이의 신호탄으로, 이제 자체 재원 확보로 시의 힘과 자립재정을 더욱 키워 나가는 데 힘쓸 것이다.

#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

8월 개관하는 ‘안성맞춤 아트홀’은 시 단일 사업 최대 예산인 총 사업비 651억 원이 투입됐다. 부지면적 3만400㎡, 총면적 1만4천925㎡,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낡고 협소한 시민회관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 불편을 해소할 목적으로 건립됐다. 2010년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2011년 타당성조사를 거쳐 이듬해인 2012년 입지를 선정했다. 2015년 6월 착공해 올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아트홀은 999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300석 규모의 소공연장, 기타 주민편의시설을 갖췄다. 수준 높은 클래식, 뮤지컬, 연극, 무용,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유치가 가능해졌다. 이제 멀리 가지 않고도 내 집 가까이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트홀은 시가 직영한다. 전문공연장의 확립, 전문예술인과 시민들의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공연 기획, 무대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새롭게 보강했다. 시는 아트홀의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 시민과 지역 예술인과 함께 하는 창조된 공간으로서의 예술공연을 개최한다.

대공연장은 시민이 문화예술 공연을 위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관하고, 소공연장은 일반 시민 교육 등 강연에도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

이달 초 한 발효식품 제조업체가 시에 2천 번째 공장등록을 마친 건 큰 의미가 있다. 타 지자체에서 이전해 온 것으로, 한 국가나 지역의 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일자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잘 육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생산레벨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입주해 있는 각 공장들의 공정 ALC 운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은 후배 기업들을 위해 ‘성공기부금’을 내놓는다. 시가 희망하는 중소기업 상생발전 선순환의 모습이다. 시는 80억 원의 중소기업육성자금을 보유 중에 있으며, 기업에서 산업재산권(특허나 실용신안) 등을 출원할 때 등록 비용을 시에서 지원해 준다. 이 밖에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해외통상촉진단’을 2015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기업과 성공 파트너로 함께 커 간다는 안성시의 오랜 철학을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 하나하나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

▲ 안성시가 지난 3월 채무제로를 선언하고 재정도시로 비전을 밝히고 있다.
# 문화가 있는 도시 추구

그동안의 정책 방향은 크게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가능케 하는 정주 여건들을 갖춰 가는 것인 동시에 행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 그리고 규제 등 지역 발전에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 가는 것이다.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시정 최고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그동안 각 분야에서 이룩한 치열했던 과정의 산물들이 ‘시민 행복’이라는 목표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투영시키는 일에도 집중할 생각이다. 예를 들면 ‘안성맞춤 아트홀’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실제 생산되고 소비되고 유통되는 문화의 생물로서 시민의 삶 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 것이다.

이제는 안정 속에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국내 기초자치단체 35%가 인구 감소 위험에 처해 있고, 앞으로 30년 후엔 80곳의 자치단체가 없어질 위기라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삶의 기반이 되는 좋은 일자리와 삶의 질을 유지시켜 주는 문화가 있는 도시인 안성시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안성=한기진 기자 sat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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