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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류사오보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 사회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인도주의적 고려를 해서 화장을 했다"고 밝히지만 부인과 친족들은 화장에 반대했고, 그의 묘지를 비롯해 기억할 만한 모든 것을 공산당이 지워버렸다는 비난도 거세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류사오보는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사"였다고 추모하면서 비판에 가세했고, 유럽연합의 융커 집행위원장 등은 "중국 정부가 양심수 석방과 소수 민족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류사오보의 죽음에 대해 세계의 많은 정부들이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상당수 국가의 인권 수준이 중국보다 나을 것이 없기에 손가락질할 처지가 못 된다는 견해도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인권운동가 후자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권상인 사하로프상을 수상했고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는 "한국정부에도 실망했다. 미국과 독일뿐 아니라 일본도 류사오보가 간암 말기로 가석방된 후 해외 출국 치료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 류사오보가 죽은 후에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에서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한국과 중국은 인권 문제에서 매우 밀접하다. 탈북자 문제인데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면 그들은 대부분 목숨을 읽게 되는데 이런 점을 간과하는 게 아닌가?"라고 유감을 토로한 것이다.

 물론 그의 의견에 대해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나 이런 예를 들어 우리 정부의 인권의식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유럽은 타국의 정부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상대국 정부와의 관계 증진에 집중한 외교는 해당 정권이 붕괴할 경우 쌓아 온 네트워크가 일시에 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독재정권을 도왔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국 국민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외교가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연합은 새로운 가입국을 받아들일 때 인권 보호 수준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물론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원조 기준에도 인권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결국 독일 총리나 유럽연합의 집행위원장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류사오보는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중국 내에서 칭송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심한 박해를 받았다. 민주화 투쟁을 했던 인사들이 몹시 고통을 받았던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난 성명을 내거나 그의 죽음을 추모해도 하등 이상할 일이 아니다. 촛불을 들고 도심을 행진한 홍콩 시민들처럼 추모와 항의 시위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요즘 중국은 갈수록 우리를 상대로 강대국 외교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시의적절한 방법일 수도 있다.

 사드 문제를 생각하면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대중(對中) 외교의 필요성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유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로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 일관성 있는 비판을 하는 것이 안보 전략 면에서 고려해 봄직하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과 싸우겠다는 적대적 의미를 갖는다. 류사오보에 관한 외국의 입장 표명에 대해 중국 정부는 단호하다. 아무리 완곡한 표현도 그들은 내정간섭이라고 핏대를 세운다. 심지어 경제적 보복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기세까지 보이고 있다. 인권운동가 류사오보는 1989년 천안문 사건에서 평화적 시위를 주창해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그가 발표한 ‘08현장’은 위대한 정치 변혁 선언으로 칭송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의 죽음은 진실로 애석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유럽연합의 시각에 동조하지 않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적폐 세력이 언제 인권을 그리 소중하게 여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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