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수.jpg
▲ 윤진수 인천섬유산연구회 부회장/부개고등학교 교감
# 볼음도·주문도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에는 말도와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 등이 있다. 이들 섬은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일직선 배열돼 있다.

 주문도와 볼음도는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에서 출발하는 정기 여객선을 타야 섬에 출입할 수 있다. 배는 볼음도를 거쳐 아차도와 주문도에 접안한다.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는 서도면 최대의 섬이다. 외포리에서 1시간 30분 소요된다. 옛날에는 ‘만월도’로 불리다가 만월을 보름달로 표기하면서 볼음도가 됐다고 전해진다.

 볼음도 남단 물엄곶은 과거 티타늄자철광산이 있어서 철을 채광했던 곳이다. 주변 모래 성분에는 자성을 띠는 철 성분이 풍부해 모래가 자석에 붙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지질학적으로 볼 때 철이 풍부한 용암이 분출되면서 ‘각섬암’이라는 암석으로 변성돼 생긴 철광상으로 분석된다.

 또 물엄곶 주변 해안가에는 다양한 습곡이 관찰돼 학생들의 야외학습장으로도 가치가 아주 높다고 한다.

15.jpg
▲ 넓게 펼쳐진 볼음도 갯벌
볼음도의 북쪽에는 수령이 800년 된 은행나무가 높이 25m, 둘레 10m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 은행나무 옆은 바닷길을 막아 만들어진 담수 저수지인 ‘볼음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수초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볼음도 해안은 주로 모래가 변성된 규암이라는 단단한 차돌로 이뤄져 있다.

 볼음도의 해수욕장은 영뜰 해수욕장과 조개골 해수욕장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다. 탁 트인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즐기는 낙조는 가히 일품이라 할 만하다.

 주문도는 서도면의 주도이다. 지질 특성상 선캄브리아대 장봉편암이 중압 변성을 받은 후 중생대 화강암이 관입한 곳이다.

15-2.jpg
▲ 철을 캐고 남은 자철석 폐석.
뒷장술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 백사장이 넓게 발달돼 있다. 백사장 앞으로 장봉도, 동·서만도, 분지도, 연평도 등이 점점이 펼쳐져 있다.

 대빈창 해수욕장은 중국과 교역이 있을 때 중간 기항지로서 중국 사신과 상인들을 영접하던 곳이다. 이곳 해안가 암석에는 적자색을 띠는 석류석이 다량 포함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주변 암석은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다.

섬의 안쪽에 위치하는 서도중앙교회는 선교 100주년 기념 예배당으로 1923년 설립됐다. 한식 기와를 얹은 팔각지붕 형태의 독특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

#소청도·대청도·백령도

김기룡.jpg
▲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회장/삼산고등학교장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북서쪽으로 4시간여 가면 자연유산의 보고인 소청도·대청도·백령도에 도착한다. 이들 섬은 우리나라에서 10억 년 전에 퇴적된 상부원생대의 상원누층군을 유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지질학적으로 의미가 클 뿐 아니라 해안가에는 천혜의 비경들이 즐비하다.

 이들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소청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간직한 섬이다. 그 이유는 소청도 남동해안가에 있는 분바위(여인의 얼굴에 분칠을 한 것처럼 하얗게 보이는 결정질 석회암이나 대리암)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8억여 년 전)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최초 생명체인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가 분비한 석회 성분과 파도에 운반된 퇴적물이 쌓여 생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조류의 탄소동화작용으로 지구상에 최초로 산소가 만들어짐에 따라 지구에 오존층이 형성돼 바다에서만 살았던 생물들이 비로소 육상하는 등 생물의 진화에 큰 영향을 줬다.

‘대청도 처녀는 모래를 서 말 먹어야 시집 간다’는 말이 있듯이 대청도는 모래가 풍부한 섬으로 해안사구가 많다.

 ‘우리나라의 사하라 사막’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옥죽동 사구는 농여 해안에 끝없이 발달된 모래 갯벌의 모래가 강한 북서풍을 받아 운반돼 검은 낭산 기슭의 7부 능선까지 쌓여 만들어진 해안사구이다. 그러나 20여 년 전에 조성된 소나무 방풍림 때문에 모래 공급이 예전 같이 않아 모래의 이동이 줄어들어 통보리사초, 갯매 등 사구식물들이 식생하는 면적이 늘어나고 점차 비활성 사구로 변해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5-4.jpg
▲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대청도 농여 해안과 미아동 해안에 10억 년 전 형성된 규암에는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결무늬 자국(연흔)과 같은 화석화된 물결무늬 자국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현생의 물결무늬 자국과 10억 년 전에 형성된 물결무늬 자국이 동일한 장소에서 관찰되는 곳은 아마도 대청도의 미아동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대청도를 대표하는 농여 해안의 고목(나이테)바위는 원래 수평 방향으로 쌓여 형성된 지층이 지각변동을 받아 거의 90도로 세워져 있고, 상부 일부가 침식돼 구멍이 뚫어져 있어 마치 고목과 같이 보여 붙여진 이름의 ‘시스텍’이다.

 대청도는 모래가 퇴적돼 형성된 사암이 변성해서 생긴 규암이 대부분이다. 규암의 사층리·곡산층리·물결무늬 자국 등 퇴적구조를 조사해 보면 대청도 중앙부를 뺀 동쪽과 서쪽 지역이 지각변동을 받아 뒤집혀져 있다.

 대청도 매봉바위 전망대 기슭에는 아열대 상록수로 알려진 동백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위도에 식생하고 있는 동백나무로 천연기념물 제66호로 지정돼 있다. 대청도와 같은 고위도 지방에 아열대 상록수인 동백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해류의 영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백령도는 국가지정 명승 제8호로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는 두무진을 비롯해 세계에서 두 개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으로 사용했던 ‘사곶 해수욕장’, 공기놀이하기 좋은 크기로 형형색색이 아름다운 자갈로 구성된 ‘콩돌 해안’, 지구 내부의 물질을 알려 주는 진촌리 ‘감람암 포획현무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선명한 ‘남포리 습곡’,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연화리 무궁화나무’,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지정된 ‘잔점박이물범’, 인접한 두 개의 시스텍이 보는 각도에 따라 창문이 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창바위’ 등 자연유산들을 간직하고 있다.

 비록 NNL(북방한계선)에 인접해 있고, 인천에서 180여㎞ 이상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역적 특수성을 안고 있으나 소청·대청·백령도의 해안가에 펼쳐진 비경과 암석들이 간직하고 있는 지질학적 가치는 대단히 크다. 그래서 2015년부터 인천시와 옹진군은 백령도·대청도·소청도를 ‘백령·대청 국가지정 지질공원’으로 지정 요청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 왔다. 마침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환경부에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국가지정 지질공원은 물론이고, 남북이 남한의 소청도·대청도·백령도와 인접한 북한의 장산곶에 있는 지질자원 유산을 공동 조사·연구해 유네스코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 신청하기를 바란다.

 소청·대청·백령도와 장산곶 일대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다면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될 뿐 아니라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평화지질공원으로 전 세계의 관심 있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지질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