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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국지성 장마가 요란한 시기에 인천 앞바다의 섬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여름방학 기간이라 섬을 왕복하는 배편은 여럿이었지만 안개가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한두 시간 기다리자 배는 목적지를 향할 수 있었는데, 방문객을 기다리던 민박집과 식당들은 예약을 취소한 손님이 늘자 아쉬움이 큰 듯했다.

 한낮 뙤약볕이 이어져도 인천 앞바다의 섬은 시원했다. 젊지 않은 나이에 부담이 느끼지 않을 정도 높이의 산이 완만하면서 울창했고 모래와 자갈로 어우러진 섬 구석구석의 해안은 바다의 시원한 경관을 한껏 선사했다. 꽉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동해안이나 남해안, 적지 않은 돈을 준비해서 제주도나 동남아시아의 해안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한 20년 전, 인천 앞바다의 섬들은 빼어난 경관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해변에 드넓게 펼쳐지는 모래사장과 깎아 지른 절벽에 오랜 풍상을 간직한 기암절벽이 오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맘 편안하게 쉴 공간이 부족해 민가를 노크해 하룻밤의 기거를 부탁해야 했다. 다채로운 어패류가 풍성하고 어시장보다 신선하고 커다란 생선이 연실 올라와도 손님상에 올릴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올 여름의 국지성 장마는 인천 앞바다의 특이적 현상은 아니었지만 천둥번개와 몰아치는 빗줄기는 소심한 방문객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든든한 민박집은 작은 불편함도 느끼게 만들지 않았고 특산물이 포함된 식단은 부족함이 없었다. 일정을 마치고 나서는 손님들은 주민이 권하는 신선한 어패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며 만족해할 수 있었다. 흡족한 일정에 취한 걸까? 일행 중 몇 명이 일정을 연장하려 하자, 준비한 음식을 소진한 민박집은 당혹해했다. 다시 주문해 육지에서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탓이리라.

 인천 앞바다 섬들이 다도해국립공원이나 한려해상국립공원보다 아름다움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의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 아니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대부분 짐작하면서 걱정도 있다. 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게 늘었지만 이용객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불확실성이다. 풍랑이나 안개로 배편이 결항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 그건 사실 인천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먼 바다가 아니라면 다른 지방의 도서도 사정이 비슷하다. 부식이 떨어져 손님을 맞지 못하는 아쉬움도 비슷하겠지.

 이번 섬 여행에서 잠시라도 풀등을 경험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1995년 굴업도 앞에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풀등은 거의 보기 어렵다지만 이작도 앞의 풀등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규모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절반 정도로 위축되었다는데, 인근 해역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바닷모래의 채취로 수익을 올리는 업체뿐 아니라 옹진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을 중단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여전히 근사한 경관을 보여주는 인천 섬들의 해안은 예전의 모래를 대부분 잃었다고 한다. 넓은 모래사장 해안은 자갈밭으로 변했고 길이도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모래가 남았다면 해안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용객들이 북적였을 것이다. 명성을 잃은 덕적도 서포리는 모래를 2m 가까이 잃어 방풍림이 무너질 지경이라지 않던가. 그런 사정은 이번 방문한 인천 앞바다의 섬마다 가진 예외 없는 고충이었다. 바다는 연결돼 있다. 밀물과 썰물이 하루 두 차례 거세게 휘몰아드는 인천이나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의 바다는 모래 채취의 영향 범위를 공유한다. 바닷모래는 인천 연안의 오랜 어패류의 산란장이고 터전이다. 그렇게 풍요로웠던 어획고가 줄어든 사건은 지금도 맹렬하게 진행 중이고 누구나 알 듯, 바닷모래 채취는 무책임성한 건축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인천 앞바다 섬의 아름다움을 다시 회복하려면 바닷모래 채취는 자제돼야 한다. 인천시는 물론 충청도, 그리고 전라도와 경상도도 마찬가지다. 그를 위해 정부는 건설폐자재 재활용을 위한 진정성 있는 연구개발과 제도개선을 서둘러야겠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해안매립의 중단이다. 매립에 동원하는 바닷모래가 막대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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