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 ‘마중물’인 주안의료타운(도시개발1구역복합개발) 개발사업자가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 애초 약속한 레지던스호텔, 상업·문화·집회시설 등을 줄이고 아파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열린 시 건축위원회는 ‘재검토’ 의견을 내 사업자 측에 건축계획을 다시 세우라고 했다. 소방 부서(내부 진입로·운용 공간 등)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여성병원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SMCFV㈜가 제출한 건축심의 자료를 보면 주안의료타운은 지하 8층·지상 44층 총 5개 동(공동주택 4개 동, 메디컬센터 1개 동)의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진다. 총면적(용적률 799%)은 공동주택 13만3천849㎡(864가구), 상업시설 7만1천78㎡, 메디컬센터 7만6천633㎡ 등이다. 주상복합건물에는 서울여성병원과 산후조리원, 영화관, 근린생활시설(매장), 공동주택 등이 들어선다.

SMC 측은 병원뿐 아니라 상공회의소 등 각종 기관·단체를 유치해 주안의료타운을 앵커시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구는 이를 믿고 의료타운 사업자 선정 공모 전 MOU를 맺어 사실상 편의를 제공했다. 특히 시교육청과 협의해 주안초등학교를 이전하면서까지 ‘노른자’ 땅을 내줬다.

이 때문에 구는 도시·군 계획시설을 바꿔 미추5-1구역에 주안초를 이전하고 미추8구역에도 초등학교를 신설해 줘야 한다. 땅은 미추8조합에서 내줘야 하니 조합원들은 부담(200억여 원)이 커지고 구는 학교 건물(약 250억 원)을 지어줘야 한다. 주안2·4동 지구 가운데 위쪽에 있던 학교를 왼쪽 가장자리로 옮기다 보니 초등학생들의 통학거리가 5∼10분에서 10∼20분으로 늘어난다. 시교육청은 셔틀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기관과 주민들이 특혜 수준의 배려를 했지만 서울여성병원 측이 결국 임대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걱정은 또 있다. 2018년 하반기로 예정된 미추8구역 뉴스테이 사업이 착공하면 병원을 옮겨야 하는데 주안의료타운은 빨라야 2021년 완공된다. 2∼3년 동안 갈 곳이 없다.

SMC 측은 최근 내년 초 착공 예정인 주안의료타운의 몇 개 층만 지은 뒤 서울여성병원을 옮기고 나머지 부분 공사를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산모·신생아 등이 주로 이용하는 여성병원의 특성상 이 방안대로 사업을 밀어붙이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미추8구역 서울여성병원 부지(일부 상가 포함)를 분할하는 방안이다. 이는 미추8구역 조합원들의 반발과 행정기관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미추8조합은 이 같은 내용을 8∼9월 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서울여성병원은 현금청산자일 텐데, 미추8 뉴스테이 사업이 착공하면 원칙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울여성병원 측 관계자는 "상공회의소가 MOU를 깨고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 아파트 사업으로 우회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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