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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시진핑의 중국은 군사 대국의 위용을 과시하려고 하고 있다. 장차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국이 되리라는 주장과 인구 문제, 경제 불균형 등 내부의 한계 탓에 붕괴하지는 않겠으나 주저앉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변 국가에 힘을 통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마치 국유기업으로부터 걷은 세금 등을 기반으로 농민공(農民工 : 농촌 출신 노동자)에게 다시 후커우와 복지제도, 주택 등을 보급해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충칭 모델’을 중국 전체의 발전 모델로 받아들이면서도 충칭의 지도자들을 계속 제거하는 정적 퇴출에 휘두르는 칼날만큼이나 역설적이다.

 시 주석과 같은 태자당 출신으로 한때 잘나가던 보시라이 전 충칭 서기를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금횡령 등으로 영창에 처넣었고, 이번에는 공청단 출신의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돼 온 쑨정차이 충칭 서기를 낙마시키면서 자신의 측근인 천민얼을 기용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시 주석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면 거세된다? 그런 기류가 분명히 있다.

 집권 초기에 ‘신4인방(보시라이·저유융캉·쉬차이허우·링지화)’을 숙청할 때만 해도 부패 척결이라는 그의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요즘의 모습은 그렇지만은 않다.

 원래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 왔다. 최고 권력자는 5년 임기를 2번 연임하고 첫 번째 임기가 끝난 다음의 전국대표회의(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옹립해 정권을 넘기는 것이 관례였고, ‘일당양파(一黨兩派)’ 체제에서 균형과 견제가 이뤄져왔다. 시 주석의 경우만 보아도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 후계자로 지명돼 후계 수업을 거친 뒤 2012년 제18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했다.

 이때 장쩌민·시진핑 연합이 여당이 됐다면 후진타오·리커창의 공청당이 야당 역할을 했다. 그런데 시 주석은 ‘반부패 투쟁’을 명분으로 장쩌민계를 축출하고 시진핑계의 독주체제를 갖춰 장기 집권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징후는 많다.

 사실 최고지도자를 결정하는 당대회가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힘은 당대회가 열리는 그해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열리는 비공식회의에서 후보가 정해지고, 여기서 선정된 1차 후보군에 대해 공산당 원로 그룹과 주요 간부들의 뜻이 반영돼 최종 결정하는 수순을 밟는다. 올해는 제19차 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후계 구도가 정해지며 상대의 중국이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가늠해보는 권력 구도의 틀이 정해지는 것이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할까? 아니면 전통적인 방식대로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문제지만 실상 중국이 현재와 같은 패권주의 성향에 북한을 감싸고 돌며 사드 배치를 핑계로 우리를 압박하고 제재를 가하는 현실에서 볼 때 중국이 경제 발전을 거듭해 세계 최강이 되거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해 이류 국가가 되더라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중국이 최강국에 오르면 미국은 서태평양을 중국에 넘겨주고 떠날 개연성이 높다. 중국은 힘을 바탕으로 우리를 더욱 압박하고 마치 종속된 것처럼 행동하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까? 만일 좌절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더욱 중화민족주의와 대외 팽창 노선을 강고하게 다지고 북한을 동반자로 삼을 것이란 예측이 충분히 예상된다.

 시 주석의 ‘충칭 모델’은 역설의 상징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제적으로는 성공하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에게는 결코 관용을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이웃 나라에 대해 그가 보여줄 카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호의적이 될 요소가 전혀 없다. 중국을 통한 경제 위기의 극복을 주장하면서 유커가 대폭 감소해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는 언론 보도를 마치 반(反) 중국 성향에 대한 성토로 받아들이는 환상이 위험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북한에 대해 환상과 기대는 금물이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자강(自强)만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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