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감사관실이 ‘28개 시·군의 노인요양시설 216개소에 대해 감사한 결과 총 11건, 305억여 원의 회계부정이 확인됐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적발된 요양시설 대표들의 작태를 보면 실로 가관이 아니다. 노인 요양 또는 직원 급여로 집행해야 할 운영비를 나이트클럽이나 골프장 이용료, 성형외과 진료비 같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10일에는 동종업계 종사자이자 피해자 격인 요양보호사협회까지 도에 검찰 고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마도 금번 사태는 요양시설 대표들의 윤리의식 결여, 정부 당국의 감독 소홀이 빚어낸 참담한 재정누수 사례로 규정될 듯싶다. 동시에 요양시설의 회계 부정이 너무 느슨하게 보완·시정되는 제도적 결함도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4일 정부가 공고한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정(안)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수렴은 나름 시의적절해 보이는 조치다. 세입과 세출을 모두 예산에 계상해서 정한 목적 외에는 사용치 못하게 하고, 비치돼야 할 장부 및 수납·지출에 대한 원칙도 규정하는 등 통일된 재무·회계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토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듯하다. 정부보조금이든 후원금이든 고유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비록 노인요양시설이 민간기관이라 할 지라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공공성’이 포함됐다면 이에 관한 재무·회계 기준을 명확하게 적용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

 물론 감안해야 할 점도 있다. 개인 및 영리법인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장기요양기관은 보조금이나 후원금으로만 유지되는 비영리조직이 아니라 서비스 내용에 따라 수급자로부터 추가 비용을 받는 영리적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사회적 복지나 기여 측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요양시설 본연의 영리추구 의지를 훼손한다면 노인요양 산업은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요양시설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 나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재무·회계 정보는 반드시 제공되는 게 맞다. 하지만 투자자의 재산권 및 수익성 보장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고민도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다. 비슷한 성격의 병·의원과 비교할 때 형평성 차원의 문제는 없는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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