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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시당위원장·최고위원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80%를 넘고 있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국민들조차도 ‘문 대통령이 이렇게 좋은 지도자인 줄 미처 몰랐다’는 자기 고백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5년 내내 청와대에서 함께 봉직했기에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지도자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국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줄은 솔직히 몰랐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결핍’,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질문을 정치지도자에게 적용해 본다면 ‘지도자를 지도자답게 만드는 본질’, ‘정치지도자가 경계해야 할 결핍’, 그리고 ‘지도자가 지향해야 할 가치’라 할 수 있다. 이 가치를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자.

 첫째, 대통령을 대통령답게 만드는 본질. 국민 개개인을 국가의 주인으로서 존중하고 마음을 다해 섬기려는 자세다. 둘째,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결핍. 자기 임기 내내 권력은 한결같을 것이고, 자신의 신념과 계획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따를 것이라는 오만함이다. 셋째, 대통령이 지향해야 할 가치. 국민을 통치의 목적이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향점을 향해 함께 나아갈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던지는 이 세 가지 덕목에 가장 잘 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이기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기성 정치인뿐만 아니라 예비 정치인들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인천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으로서 필자의 마음도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국가 전체적으로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특히 인천의 민생 상황은 좀 더 나쁘다. 살기 좋은 인천, 시민이 온전히 주인 되는 인천을 향한 책임감과 고민은 그래서 더 크고 무겁다.

 영어 단어 ‘Object’는 명사로 ‘목적 또는 대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게 동사로는 ‘반대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작금의 정치를 돌아본다. 시민을 통치의 목적이나 대상쯤으로 여기고, 선거 때가 되면 ‘표’를 주는 선거권자 정도로 여기는 낡은 권위주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의 권리와 바람에 반(反)하는 시정, 홍보성 치적에만 몰두하는 밀실 시정이 이뤄지게 되고, 결국 신뢰받아야 할 시민의 대표가 시민들의 반대와 불신에 부딪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 생각한다. 인천시민들에게도 이제는 위의 세 가지 질문에 서슴없이 답할 수 있는 진정한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시민을 인천의 주인으로 존중하고 마음을 다해 섬기는’, ‘시민들의 시선과 평가를 두려워할 줄 아는’, ‘시민을 시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정할 줄 아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살기 좋은 인천’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시민의 자발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랑받는 ‘인천 정치인’을 시민들은 원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정치인은 어디선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기성 정치인과 예비 정치인 스스로가 부단한 자기 성찰과 연마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 ‘어떤 지위, 어떤 직책을 맡을 것인가?’하는 고민보다 ‘어떤 정치인,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가’의 고민이 절실한 때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기성·예비 정치인들은 우선 이 질문에 스스로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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