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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올해 전국적으로 공립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이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면서 교육 당국의 교원 수급정책의 난맥상에 대한 지적이 거세다. 그도 그럴 것이 2018학년도 서울지역 공립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이 작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광주지역은 단 5명만 뽑기로 하는 등 전국 시도교육청의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이 작년 수준의 40.2%인 2천228명이나 줄어들게 됐다.

 더구나 전국 공립 초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도 3천965명인데 그 중 88.7%인 3천518명이 초등 임용대기자라고 한다. 이들 임용대기자는 3년 안에 발령받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되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학령인구가 줄면서 교원 정원이 축소된 것이나 8천 명에 달했던 명예퇴직자가 지난해에는 3천명 대로 급감한 점도 임용 적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그리고 교육부가 협의해 교사 정원을 정하기는 하지만 퇴직·휴직·복직자 규모를 고려해 선발 인원을 결정하는 것은 각 시·도 교육청이라며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가 전체 교사 정원을 줄이면서 신규교사 선발 인원은 유지하라는 요구를 늘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의외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교육 당국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지역처럼 임용 절벽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강원도와 같은 지역은 해마다 타지로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어 오히려 부족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치러진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자는 4천85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현직 교원 신분으로 응시한 합격자가 556명으로 11.5%를 차지했다고 한다.

 논의되고 있는 여러 대책 중에는 한 교실에서 보조교사를 포함한 2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1수업 2교사제’가 눈에 띈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1수업 2교사제를 도입하는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당장 급한 교원 임용 절벽 해소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가 예산도 예산이려니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조교사의 고용 형태나 법적 지위, 그리고 정교사와의 역할 분담 등도 고민스러운 문제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정식 교원으로 임용하기 전에 교원 역할을 실습하게 하는 ‘교원 시보 제도’ 도입을 검토해보는 것이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기간제교사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음은 물론 교원 자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큰 예산 없이 지금의 임용 절벽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방안은 교원 수급 불균형에 따른 교원 양성대학의 구조조정 방안이다. 이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실제 2005년 6천225명이던 교대 입학정원은 지난해 3천851명으로 38%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잉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각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원임용시험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 그 대신 의사면허시험이나 변호사시험처럼 국가 수준의 교원자격 시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각 대학의 졸업성적과 교원자격시험 성적 등을 바탕으로 교원 예비자원을 통합 관리해 매년 각 시·도교육청에 그 자료를 제공하도록 한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각 시도에서 정한 임용 부가점 등을 합해 필요한 만큼의 교원을 임용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교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각 시도의 임용 수급 현황과 자신의 성적, 그 지역의 부가점 등을 살펴보고 근무하고 싶은 지역에 임용지원을 하고 발령이 날 때까지 대기하면 된다. 이렇게 임용 시스템 자체를 바꾸면 해마다 겪게 되는 임용시험 준비와 부작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임용 시험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교원대학교나 교육대학교와 같은 교원양성기관의 학사관리도 정상화될 것이며 교원의 질적 수준 또한 높아질 것이다. 열정과 헌신, 사명감을 가진 훌륭한 교원들이 우리 아이들을 맘놓고 가르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으고 지체 없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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