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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아침에 들려온 비보. 가수 조동진 별세 소식이다. 다음 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조동진의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그의 노래는 멜로디도 노랫말도 내 젊은 시절을 함께 했고, 세월 속에 애잔했던 삶의 층층에도 자주 동행해 줬다.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어떤 날’ 등등 몽환적이고 서정적이면서 조금은 쓸쓸한 노래에 감정이입이 돼 많이도 들었었다. 폭염이 순해진 계절의 길목에서 그는 급히 떠났고, 우리는 준비 없이 그를 보냈다. 세상의 시간은 자주 우리를 배반하고 우리는 대책 없이 득도한 인품을 흉내 내며 또 그렇게 살아가야 될 것 같다.

 13년 만에 공연하는 조동진 콘서트를 기다렸던 친구가, 우리에게 친숙했던 사람들이 자꾸 떠나가는 것이 슬프다고 한다. 원기 왕성한 푸른 여름이 퇴각하면 가을은 풍성해질 것이고, 그 가을이 숙성으로 깊어지면 소멸로 이어지는 겨울이 오겠지. 우리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친구는 조동진의 별세 소식에 우울해져 멜랑콜리 소녀가 된다.

 음악가인데 노래하는 가수인데 그는 문학평론가의 입에 많이 오르는 아티스트다. 함돈균 문학평론가가 조동진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시를 쓰는 순간 그 사람은 시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음악 가사를 시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그런 형태의 상이 있다면 수상자로 마음속에는 조동진을 품고 있었다."

 재산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는 톱 텐의 부자 순위에 어림없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노래로 주옥같은 명곡을 남겼다. 그가 오랜만에 콘서트를 열기로 결정한 이유가 있다. 방광암 4기 판정을 받아서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올지 모를 하나의 공연’이란 부제를 달았다. 그의 지인인 김중만 사진작가의 도움으로 암 수술비 지원도 받았고, 이번 콘서트 ‘조동진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공연에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참여해 그의 공연을 즐기려고 준비했다.

 음악평론가 신현준, 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나희덕 등등 많은 사람들이 조동진의 음악과 노랫말을 분석하고 헌사한 비평집도 읽을 수 있고, 한정판으로 공연 당일에 공개하는 조동진 리마스터링 전집에 들어있는 6장의 앨범과 전곡이 수록된 악보집, 가사집, 사진집을 행복한 설렘으로 기다렸는데 이렇게 비보를 들어서 충격이었다.

 ‘쓸쓸한 날엔 벌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그의 노래 ‘어떤 날’의 노랫말이다. 그는 벌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파서 애절하고 슬펐던 기억을 날려 버리라고 노래 불렀다. 그래도 아주 쓸쓸한 날에는 벌판 너머 강변으로 나가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고 정화된 마음으로 살자고 했다. 노랫말도 멜로디도 가수의 음색도 노래를 듣는 사람에게 주관적인 감성으로 가슴에 들어올 테지만 조동진의 노래는 나에게 치유의 역할을 해 줬다.

 몽환이면서 여린 감성을 가져서 애면글면 가슴에 생채기가 잦은 나는 나이 먹어 수더분해질 만도 한데 여태도 자주 감동하고 자주 눈이 젖고 자주 가슴이 벅차다. 조동진, 그는 함께 긴 동행을 완수하지 못하고 훌쩍 떠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이란 말을 어디에다 붙이는 것에 주저하게 되는 나이를 먹었다. 가볍게 불쑥 던지는 말을 조심하게 되는 세월을 살았지만 조동진을 좋아하는 가수라고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와 가슴의 진폭이 같은 친구들과 그의 음색을 그리워하며 그의 노랫말을 기억하며 오래 그의 노래를 들으며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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