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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영 수원과학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정부의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의 획기적인 발표에 한편으론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선진국들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제도로 평가돼 왔으며, 명실공히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로 정착돼 왔다. 건강보험 덕분에 그래도 우리는 병이 나면 손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암과 같은 큰 질병에 걸리면 치료비가 대부분의 가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병을 치료하다가 메디컬 푸어가 되거나 경제적 문제로 가정이 파탄나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사실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결국 의료비 부담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비가 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돼 왔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생활비를 줄여 일찍부터 실비보험이나 암보험 등 민간보험에 별도로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층의 경우 큰 병에 걸리면 더욱 빈곤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그동안 우리가 느끼고 있던 의료비의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많은 비급여 항목들을 건강보험에 적용시키고, 특진비 폐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고, 소득분위별 본인부담 상한제를 통해 저소득층에 대한 본인 부담을 크게 감소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인 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에 대한 진료비 부담을 낮추고 건강보험의 적용 확대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의료비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덜어주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과연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재원 확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건강보험은 많은 적립금이 쌓여 있다고는 하나 우리사회가 고령사회로 세계 최고의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립금에 의존하는 것은 지속적인 정책 실현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평균수명 증가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인구고령화는 머지않은 장래에 건강보험의 재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으며, 그러한 사례는 이미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가 실현되기 위해선 이러한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한 재원확보 문제에 좀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혜택을 늘이기 위해선 누군가의 부담이 증가돼야 하는데, 그 부담이 국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면, 특히 보험료를 내는 젊은이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이라면 이 또한 환영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정책은 모든 국민이 행복해야 하고 공평해야 한다. 일부의 희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의 실현을 위해서는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정의를 좀 더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사회적 약자의 급여에 대한 국고부담의 확대도 필요하다.

 아무쪼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돼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메디컬 푸어가 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치료를 받지 못하고 불행히 죽어가는 어려운 이웃들이 없도록 건강보험제도의 급여체계, 보험료 부과방식, 재원 조달방식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개선해 정말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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