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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은성 안성시장

유럽발 ‘살충제 달걀 쇼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 안성지역에서 생산된 달걀은 정밀 검사 결과, 100% 안전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검사는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와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장을 직접 방문해 무작위로 1판(30개)을 수거해 진행된 것으로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구는 물론 나아가 글로벌 소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안성지역의 결과만으로는 결코 안전한 식탁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환경분야 전문 연구조사기관인 ‘월드 워치 인스티튜드(WI)’에 따르면 전세계 공장식 사육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은 2000년 150억 마리에서 지난해 240억 마리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전세계 가금류의 72%, 전체 달걀의 42%, 돼지의 55%가 공장식 사육농장에서 길러지거나 생산된다고 한다.

 국내 경우를 보더라도 평균 수명이 30년인 닭의 성장 기간은 1950년대 70일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49일로 21일이 빨라졌다. 더 좁은 공간에서 더 빠르게 닭을 키워내는 기술을 발달시킨 것이 지금에 와서 보면 재앙을 키우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드라마와 함께 ‘치맥’이라는 문화 아이콘을 만들어낼 만큼 닭고기를 사랑한 우리였지만 정작 닭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할 만큼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육가공 공장에 이르러서는 98% 이상의 암탉이 적어도 한 군데 이상 뼈가 부러진 채 실려온다는 동물자유연대의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A4 용지보다도 작은 케이지에 갇혀 제대로 날갯짓 한번 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닭의 일생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닭을, 달걀을 먹는 사람은 과연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었던 걸까?

 모든 존재가 연결돼 있다는 불가의 ‘연기론(緣起論)’을 굳이 빌리지 않고도 처참하게 죽어간 닭고기와 살충제가 들어간 달걀을 먹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장 정부에서는 동물복지형 농장만 친환경 인증을 부여할 것과 동물복지형 농장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내년부터 신규 농가는 유럽식 케이지 기준인 한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 0.075㎡씩 되도록 한단다. 하지만 유럽발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진 지금,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살충제 달걀에 이어 간염 소시지가 또다시 큰 파문을 일으키며 전 지구적인 먹거리 생산 방식에 큰 위협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동물복지 인증의 기준은 ‘인간에게 해로운가’가 아닌 동물(가축)의 5가지 자유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1.불안과 스트레스부터의 자유 2.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3.통증,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4.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5.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등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조건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복지 자체도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100% 동물복지를 실현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높은 가격에 대한 지불이다. 동물복지에서 생산된 달걀은 공장식 달걀보다 2배에서 5배 이상이 비싸다. 자칫하면 달걀의 계급화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먹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닭이나 달걀의 소비에 대한 문제가 아닌 인류에게 삶의 방식과 철학을 묻는 문제로 귀결된다.

 더 이상 자본주의적 시스템만으로 소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가 내려지고 있는 지금, 지금과 같은 생산과 소비 패턴은 단호히 멈춰져야 한다. 우리가 잘못된 방식으로 더 많이 더 빨리 착취한 이익은 그 분야가 무엇이든 후세대에 엄청난 짐으로 남을 것은 자명하다.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제대로 된 먹거리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이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의할 수 있는 소비를 하는 일, 지금 우리에게는 윤리적 소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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