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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추석 연휴 막바지인 일요일 하루 인천공항 입국자가 사상 최대인 11만6천 명이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도 저 엄청난 입국자 중의 한 사람이라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뭐랄 사람이 없는데도 추석 연휴를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처럼 즐긴 것 같아서다. 흔히 50대에서 60대까지를 낀 세대라고 부른다. 조금 압축하자면 오십 중반에서 육십 중반까지로 내 나이대가 포함되는 연령층이다. 낀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 나이대는 전통 가치관을 가진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았고 신세대 자녀를 키웠다.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우리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폭발적인 출생인구의 증가로 시작부터 경쟁에 내몰렸고 국가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 압박으로 각고의 노력이 당연시되는 풍토 속에서 살아왔다. 특히 여자아이는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마치 의무처럼 여겨져 남동생이나 오빠의 학비를 벌어야 했고 가족의 생활비를 부담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의 배경에 우리 시대의 여성들의 희생이 큰 역할을 했다.

 2017년이 시작되는 1월에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퇴직 베이비부머 5대 정책을 발표했다. 조기연금제도 개선, 노부모 간병비 전용카드, 퇴직자 건보료 부담 완화, 고용유지 장려제도, 자녀 학자금 부담 경감 등 베이버부머 세대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해보려는 종합대책이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에는 산적한 문제가 많아서 미흡한 상태로 남겨진 숙제가 되고 말았다.

 베이버부머로 통칭되는 우리 세대는 갑자기 늘어난 수명으로 장수 국가가 돼 부모님의 노후와 긴 병수발을 책임져야하고 높은 교육열로 자녀의 비싼 교육비를 감당해야 해서 정작 자신의 노후를 위한 준비는 빈손이다. 일벌레로 성실했던 경제적 활동기를 마감하고 보니,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한 젊은이는 극소수인 세상이 됐다. 가치관이 변한 세상을 탓하기에는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서 억울한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글을 모르면 까막눈이라고 했지만 지금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IT산업이 발달해서 인터넷을 원만하게 활용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20대 30대가 주축인 욜로족의 영향으로 미래를 위한 희생보다는 현재를 즐기고 사는 풍토는 우리 세대에겐 민망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멘트가 대히트를 치기도 해서 세계여행이 일반화된 세상이지만 낀 세대인 우리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여행을 떠나는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 남아 있다. 인터넷으로 하나 된 세상은 여행객의 발걸음이 자유롭다. 구글맵을 켜면 세상의 구석구석이 자세하고 맛집 검색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가고자 하는 장소를 찾고 정보를 검색하는데 거침이 없는 젊은이들이다. 단단한 전통과 보수의 다리를 건너와 마주친 인터넷 세상은 급물살로 빠르게 흘러가고 빠른 물살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진화된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한다. IT강국의 대한민국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노땅으로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서글픔이 우리 세대의 공통된 정서다. 우리보다 윗세대는 아예 불능이라고 제쳐두지만 이쪽 저쪽에 양다리를 짚은 우리는 고달프다. 윗세대는 노여워하고 아랫세대는 답답해한다. 정작 나를 위해 비축해둬야 마땅했을 마음씀씀이는 빈 곳간이지만 돌봄과 배려와 책임감으로 우리는 열심히 살았다. 급변하는 대한민국에서 세상의 변화에 낙오되지 않으려 애쓴 낀 세대를 응원하며 박수를 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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