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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난 10일은 ‘당(黨) 우위국가’인 북한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선로동당’이 창당된 지 7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구호가 시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선로동당의 창당기념일이었기 때문에 내외 일각에서는 ‘당의 상징성’을 중시하는 북한당국이 이날을 전후해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가운데 예의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보다 3일 앞선 7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친정체제(親政體制)를 구축하는 가운데 ‘위대한 핵-경제병진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대결전의 최후승리를 앞당겨 나가야 한다’는 로동신문 사설을 발표하면서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한 각종 기념 경축행사’만을 성대하게 치렀을 뿐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 것이나, 민족 고유의 민속명절인 ‘추석(秋夕)’마저도 김정은의 1인체제 우상화와 신격화를 위해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필요성에 따라 우리는 물론이고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반평화적 도발행위는 ‘언제, 어디서든 재연될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찬연한 고유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우리 민족을 ‘단군의 후예 또는 배달민족’이라 지칭하면서 ‘동방의 아름다운 나라’로 매우 부러워하고 있다.

 1년 24개 절기 가운데서도 추석(秋夕)은 잠시 하던 일을 젖혀 놓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차례를 지내며, 또한 이웃친지들과 덕담을 주고 받는 가운데 직접 송편을 빚어 나눠 먹으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한 해 동안 이룬 풍작에 대해 하늘에 감사를 드리면서 한동안 떨어져 살던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나러 고향으로 달려가곤 한다.

 이렇듯 우리 민족에게 있어 ‘추석’은 다른 어떤 명절보다 조상에 차례를 지내면서 서로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주고 받는, 훈훈한 정을 나누는 민족 고유의 명절이나, 북한에서는 이를 ‘봉건적 잔재’로 매도하면서 조상의 묘소를 찾는 일만을 겨우 허용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즉 이 추석보다는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이자 영원한 수령’으로 떠받들어지는 김정일과 그의 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일인, 2월 16일의 광명성절과 4월 15일인 태양절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치르고 있다. 특히 이날에는 고기와 식용유, 당과류와 술 등 이른바 ‘특별배급품’을 인민들에게 제공하면서 위대한 수령과 령도자를 모신 영광을 피부로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 중앙보고대회를 비롯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 충성의 편지 이어 달리기 행사, 백두산 답사행군을 비롯해 각종 경축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렇듯 이들 2명의 생일을 대대적으로 경축하기 위한 기념행사의 겉모습이 성대하고 화려해질수록 생일행사 준비를 위한 행사에의 참여와 사적지 보수와 청소, 과중한 생산 목표 달성 등 인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한숨이 늘어나는 등 고통만이 가중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바쁜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고향을 찾아가 부모님과 조상들께 문안을 드리면서 덕담을 나누는 가정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며, 이런 가운데서 추석의 참된 의미를 피부로 직접 느끼는 인민도 거의 없다. 말하자면, 북한에서는 ‘추석’이 우리의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민속명절이라는 의미가 거의 사라져 가고, 그 대신 ‘김일성과 김정일’이라는 일개인의 생일이라는 계기를 통해 그들의 치적을 맹목적으로 우상화하고 절대적으로 신격화하는 ‘현대판 절대왕조’의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악습과 폐단만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국가가 ‘인민들의 지상락원이며 세상에 부럼 없는 사회주의 조국’인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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