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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 관광특보/경영학 박사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관광객이 밀려들어와 오히려 지역을 피폐하게 만드는 관광과잉 현상을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이라 한다. 이런 현상이 가중되면 궁극에는 소수의 자본가들에 의해 지역이 천박한 상업지역으로 변하고 비싼 지가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지화(化)’라는 뜻의 touristify와 지역개발로 인한 지가상승으로 주민들이 타지로 내몰린다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과잉관광으로 인구가 5분의 1로 줄어든 이탈리아의 베니스나 ‘관광공포증’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같은 관광도시들이 이 같은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급기야 베니스 주민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크루즈선 앞에서 ‘관광객은 당장 꺼져라’는 등의 피켓 시위를 벌이고, 바르셀로나는 더 이상 신규 호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유명관광지와 재래시장에 관광객 숫자를 통제하는 등의 규제 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우도에 관광객들과 그들이 몰고 온 자동차들이 밀려들면서 대기오염,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자 제주도는 지난 7월부터 렌터카와 전세버스 통행을 금지하는 등의 입도제한 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제주 본도에도 관광객 총량제와 같은 의도적 관광제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 이르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인천도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난 6월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강화 석모도에서도 우도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하루 1만여 대에 이르는 자동차가 입도해 육지에서나 보던 교통체증이 발생하는가 하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섬 곳곳에 쌓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 배터를 중심으로 한 상권은 무너지고 보문사나 온천장 등 유명관광지 주변은 호황을 누리는 편중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내년 연륙교가 개통될 예정인 무의도 지역도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푸른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국사봉과 호룡곡산,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실미도 등 무의도는 석모도 못지않은 관광 유인 요소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수도권과 국제공항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은 석모도보다 뛰어나다. 문제의 심각성이 석모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하면 과잉관광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자는 제안이 공연한 호들갑만은 아닐 터이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호주의 로드 하우(Lord Howe) 아일랜드는 1일 관광객 수를 400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차량의 수도 제한돼 있고 심지어 휴대전화 수신도 어렵다. 그 덕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던 호주 뜸부기를 비롯해 70여 종의 희귀 야생조류와 청록석호로 이뤄진 산호초 군락 등이 잘 보존되고 있다. LA에서 배로 50분 거리에 있는 카탈리나섬은 화석연료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원주민조차 전동카트나 자전거를 사용해야 하지만 누구하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는다. 카탈리나섬이 자랑하는 최상의 대기환경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 7월 섬 지역의 난 개발 방지와 경관 이미지 복원 및 가치향상을 위해 ‘인천광역시 도서지역 경관(관리)계획’용역에 착수했다. 인천이 간직하고 있는 168개 섬 전체를 대상으로 경관자원 조사·분석, 도서지역 경관미래상 설정, 경관 설계지침, 경관관리 실행 계획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경관 설계 지침을 통해 섬 내에서의 개발행위 허가, 건축 허가, 공공시설물 설치 등 각종 설계 및 허가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 한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연륙교로 이어진 섬들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생활환경 보호 등에 대한 대책 마련부터 서둘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미국의 한 보험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책을 통해 수많은 징후와 전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도 없으면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연륙교 개통 후 석모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런저런 문제점들은 명백한 경고의 메시지다. 한번 파괴된 자연환경은 복구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광수입에서 소외된 주민들이 급기야 고향을 떠나는 어이없는 현상이 현실화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광은 조금 불편해도 괜찮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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