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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찬웅 인천시 시설계획과장
도시가 형성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주택과 함께 도로·하천·공원·학교 등 시민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이를 기반시설이라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기반시설 중 도시관리 계획으로 결정된 시설을 도시계획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종류는 총 52개에 달한다.

 인구의 급속한 도시집중화로 도시가 팽창하면 지자체는 도시계획시설을 도시 규모에 맞게 적재적소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도시지역의 확장을 전제하거나 기대하면서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결정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행위는 1934년의 조선시가지계획령을 시작으로 1962년 도시계획법, 그리고 현행 국토계획법(2002년)하에서도 계속됐다. 이렇게 결정된 도시계획시설이 재정 부족과 투자 우선순위에 밀려 10년 이상 사업 추진이 미뤄지는 상태가 지속되면 장기 미집행시설이라 한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도시계획구역 내 장기간 제한은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헌법 불합치 결정(1999년)으로 장기 미집행시설 실효제가 도입됐고 인천시도 2020년 7월이면 6조9천억 원의 재정능력 부족으로 445개소에 총 11.3㎢의 도시계획시설이 일시에 사라질 위기에 있다.

 장기 미집행시설의 자동 실효와 관련한 문제는 분명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그동안 속칭 폭탄 돌리기식으로 회피한 게 사실이다.

 2002년 법률 제정 이후 2015년 1월이 돼서야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해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진 것이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국비 지원, 국유지 무상 양여 및 국·공유지 실효제 배제 등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국가 또한 재정 등을 이유로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일선기관인 지자체 스스로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인천시도 양적 성장시대를 거치면서 성숙단계에 도달하고 있어 이에 맞게 불필요한 시설은 과감하게 걷어내는 등 합리적 조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둘째로 집행부서에서는 현실적 재정집행 여건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시행 또는 사유지에 대한 우선 보상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로 비교적 규모가 큰 공원·도로 등은 공공사업 경험이 풍부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업해 우선관리 지역 선별 등을 통한 난개발 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 필요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과감한 사업권도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도 해제신청제 신설 등 법령을 개정했으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별무신통이다.

 이보다는 국·공유지 실효제 배제 및 무상 양여 또는 무상 사용 외에 국가지원 지방도와 연계되는 도로와 국가가 결정한 공원은 국비 지원 등 국가의 책임 있는 행동이 절실하다.

 어떻게 보면 장기 미집행시설 해소를 위해서는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이 과감하게 다각적인 해법으로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 과거 여러 규정 때문에 옥죄고 있던 것들도 이제는 난개발을 방지하는 범위 안에서 토지의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지만 터널 끝자락을 지나면 밝고 환한 빛이 보이기 마련이다. 지금은 2020년 7월에 닥칠 장기 미집행 시설의 대규모 해제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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