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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열 인천시 연수구의회 의원
인천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2009년 5월 어느 주말 그녀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올케가 갑작스러운 구토와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난데없는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족들과 함께 부랴부랴 찾아간 병원에서 올케는 밤늦게 수술을 시작해 다음날 새벽이 거의 넘어가서야 끝이 났고, 진단명은 모야모야병이라는 뇌혈관 질환이었다.

 친정어머니는 이미 1999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오랜 기간 약물치료를 해왔지만 해가 갈수록 근육강직, 통증 등으로 인해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 누군가 부축하지 않으면 거동이 불가능했다. 이에 더해 2006년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다가 폐색전증, 당뇨병 등으로 진단받은 상황이었다. 발병 이후 올케는 6개월이 넘는 병원 생활 뒤 퇴원했다. 그 당시 올케의 모야모야병 진단으로 연달아 발생한 의료비는 박 씨 가정에 큰 짐으로 여겨졌다.

 가족 또는 지인 중에 큰 병을 앓은 이가 있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거나 접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진료비의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신문지면상에는 ‘의료비 폭탄’이라는 단어마저 심심찮게 거론됐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 의료비 부양으로 인한 ‘의료파산’ 사례는 언론의 은퇴 설계 시리즈에 단골로 거론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제도가 자리를 잡은 지 제법 시간은 지났으나 여전히 큰 병에 걸리거나 입원이라도 하면 완쾌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치료비 걱정부터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 우리네 현실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이를 대비하고 있고 보험사들이 거둔 관련 보험료 수입만 2015년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36조, 손해보험사는 46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그동안 건강보험으로 보장 가능한 의료비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의료비로 인한 국민 부담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이번에 마련된 대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발표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기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담겨 있다. 가장 부담이 컸던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부담 감소와 취약계층 대상 특정 의료비 건강보험 적용 확대, 저소득층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가 그것이다.

 정부에서 기대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3.4%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 무렵에는 70%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국민부담 의료비는 18%, 특히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64%가량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예상되는 소요 재정이 5년간 30조6천억 원에 달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은 아니다. 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건강보험료가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에서는 보험 재정에 대한 지출 관리를 철저하게 해 우리의 소중한 보험 재정이 누수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아산의 식물원으로 나들이를 떠나는 우리 구 노인복지관의 재가노인복지센터의 어르신들을 뵀던 일이 생각난다. 다른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경제적 여유와 외출의 기회가 적은 어르신들을 위한 자리였는데, 모처럼 갖는 나들이에 기뻐하시는 얼굴을 보니 덩달아 즐거운 마음이었다. 이번 정부의 대책으로 이런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어깨에 놓여있을 짐을 우리가 함께 덜어드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 늘어난 우리 국민들의 복지 수요와 요구를 충족함에 있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큰 폭의 진전을 보인 금번 정부 대책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이번 대책의 실행을 통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로의 발돋움이 더욱 박차를 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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