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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우섭 인천시 남구청장
‘유엔 지속가능 발전목표’는 빈곤과 불평등 해소, 사회발전, 경제발전 등 다양한 의제를 포함해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자원과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실험을 국가 주도로 실행하고 있는 곳이 중미의 쿠바와 코스타리카다. ‘지속가능 도시’와 ‘사회연대 경제’를 정책 핵심 목표로 삼고 있는 인천시 남구로서 지난 6월 쿠바의 도시농업과 코스타리카의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탐방은 의미가 있었다.

 쿠바의 지속가능 발전은 ‘인간 잠재성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전략, 즉 사회정의에 기반을 두고 ‘인간 가치’를 추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그리고 도시농업 등이 있다. 이 중 도시농업은 지역생산과 지역소비, 작물재배와 동물사육의 통합, 유기농업을 통한 토양비옥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화학비료사용 감소는 물론 식량 생산량 증가,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로컬푸드 실현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 신경제재단이 세계 1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구행복지수 HPI(Happy Planet Index)에서 최고점을 얻은 국가는 바로 코스타리카다. 이 지수는 양적경제 지표가 아닌 소비자원 대비 행복도를 근거로 산출하는 방식을 차용했다. 특히 코스타리카는 평화와 생태친화적인 국가 발전 전략을 추구하는 한편, 환경보호와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염두에 두고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책임 있는 여행인 ‘지속가능관광’을 발전시켜 왔다. 두 나라의 실험은 경제적 가치로만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가치로서 새로운 사회·생태·경제적 변화에 대한 탐색을 시사한다. 민선 6기 내내 남구가 지향해온 비전인 ‘착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 목표에도 앞서 언급했듯 ‘지속가능도시’와 ‘사회연대경제’가 있다. 남구 역시 지난 3년여 동안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은 결과 여러 성과를 얻었다. 용현5동 마을공동체 정원인 ‘두레정원’이 하나이고, 학익동에 세워진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가 또 하나다.

 우선 두레정원은 버려진 텃밭이 주민들의 정원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남구는 장기간 방치된 토지에 무질서한 경작행위가 성행하면서 도시미관이 무너지자 주민공동체 공간을 만드는 사업에 나섰다. 특이한 것은 기획 단계부터 주민, 지역활동가, 행정이 참여하는 ‘거버넌스형’ 주민회의 사업운영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즉 주민과 전문가 등 정책수요자, 공무원 등 정책공급자, 서비스디자이너로 구성된 ‘국민디자인단’을 중심으로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마을 정원을 ‘함께’ 만들어 갔다. 그렇게 탄생한 두레정원은 어느덧 개원 1년을 맞았다.

 다음으로 지난 6월 문을 연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는 자연 순환과 환경교육 체험시설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생태를 활용해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를 담은 ‘5R정책’을 추진한 공간이기도 하다. 5R란 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원도심 재생(Revitalization)을 의미한다. 특히 에코센터는 제로에너지 건물 시스템을 채택했다. 냉·난방은 물론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오존층 파괴 주범인 프레온가스와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지열냉난방을 적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남구는 올해 초 도시농업팀을 신설하고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주안8동에 도시농업 농장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한 것이다. 이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택 신축사업을 하다 중단해 방치돼 있던 땅이다. 남구는 지난해 이 땅을 사들여 주민이 일굴 수 있는 농장을 조성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을 ‘도시농업 추진의 해’로 정하고 민선 6기 마무리를 도시농업 활성화에 힘을 실으려 한다.

 생태와 환경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 전 지구적 과제로 다가와 있는 요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운동이야말로 필요충분하다. 이는 곧 함께 잘사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지혜로운 시민의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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