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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요즘 이명박·박근혜 정부하에서 이뤄진 각종 적폐 사례들이 뉴스에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부적절하고 무능한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탄핵심판 및 재판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알게 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적폐사례들에 대해서는 새롭게 드러난 내용들이 많다. 국정원 댓글 사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박원순 제압 문건, KBS 장악 문건, 2012년 총선 관권선거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기무사령부 민간인 사찰 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주도 정황,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모의 정황, 국정원의 관제 데모 목적 우파단체 조직 의혹과 십알단 자금 지원 의혹, BBK 사건, 도곡동 땅 의혹, 4대강 사업 비리, 방산비리, 자원외교 등 수많은 의혹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렵다. ‘비위행위가 이렇게까지 심했나?’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특히 언론자유 침해, 민간인 사찰 등의 실상을 보면 마치 일제강점기나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벌어진 일들을 방불한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유를 지켜야 할 정부가 이런 짓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해 일했던 과거의 잘못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새로운 각오로 과거 정권의 잘못된 점들을 철저히 밝혀내어 그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 중에는 ‘지나간 일을 너무 심하게 추궁하는 것은 아닌가’, ‘이제 질리고 짜증난다.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나가기도 힘든 마당에 ‘불쾌한 뉴스들’을 지속해서 듣다 보면 식상해지고 피로해질 만도 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이러한 짜증나는 과정을 잘 참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부정비리를 발본색원하고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이 있다.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즉,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역사 속에서 ‘철저한 진실 발견’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제대로 이뤄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 비위사건들을 처리할 때마다 ‘화해와 용서’, ‘안보 우선’, ‘경제 우선’ 등을 빌미로 대부분 ‘대충대충’ 넘어갔었다. 이처럼 솜방망이 대응을 하다 보니 위정자·공직자들이 법과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고, 도덕 불감증과 책임의식 결여가 더욱 확산됐다.

 형벌의 목적에 ‘일반예방주의’라는 것이 있다. 이는 베까리아(Beccaria), 포이어바흐(Feuerbach)등이 주장한 형벌이론으로서 형벌을 사회에 대한 위하적(威하的) 작용으로 이해하여 형벌의 목적이 일반인(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한 위하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있다고 하는 이론을 말한다. 즉, 형벌의 목적은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여 처벌을 두려워하도록 겁을 먹게 함으로써 널리 사회일반의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과거 정권의 잘못에 대해 ‘철저한 진실 발견’과 ‘엄정한 책임 추궁’을 실행하면 ‘일반예방주의’의 효과를 적절하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특히 위정자·공직자들의 비위 발생 예방).

 요약하자면,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고 ‘일반예방주의’를 실천하는 일이 요즘 우리 세대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철저한 진실 발견’과 ‘엄정한 책임 추궁’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짜증나는 뉴스가 지속되더라도 참고 견디자.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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