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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현 인천시 남동구청장
10월 2일은 우리나라가 정한 ‘노인의날’이다. 노인에 대한 공경과 예우 등 경로효친 사상 앙양과 국민의 관심, 그리고 국가대책 마련을 촉진하기 위해 1997년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노인의날에는 기념식을 개최하고 표창과 격려, 경로잔치, 축하행사 등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 한평생을 국가와 사회,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100세가 되신 분에게는 명아주로 만든 전통 지팡이인 청려장을 증정하기도 한다.

 남동구청에서도 지난 10월 17일, 제21회 노인의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하신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는 2016년 10월 말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넘어서며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은 나라가 됐다고 한다. 또 행정안전부는 2017년 8월 말, 65세 이상 인구가 725만7천 명으로 전체 인구인 5천170만 명의 14%를 차지해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공식 진입했으며, 농어촌 지역은 이미 21%가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2016년 통계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남자는 79세, 여자는 85.2세로 평균 82세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73세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노인빈곤율과 자살률도 여전히 OECD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복지 수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는 있지만 고령화 추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및 산업화시대의 어려운 시기를 살아오면서 미처 노후대비를 하지 못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현실은 핵가족화와 무한 경쟁의 사회구조 속에서 노인을 대하는 사회적 시각과 무관심, 냉대로 가족해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홀로 사는 홀몸노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동구에도 9월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 5만7천500명 중 홀로 사는 분이 24%인 1만3천700명이나 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노후와 생계는 국가사회보장제도에, 간병은 가족보다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더 의존하고 있으며, 돌아가실 경우는 거의 모두가 장례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주거환경과 외로움에 힘겨워하며 주거, 생계, 의료, 여가 등 복합적인 복지서비스를 동시에 필요로 하고 있지만, 현재 노인돌봄 서비스는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통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기 힘든 구조다. 때문에 만족도나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홀몸노인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동생활을 하면서 한곳에서 의료, 여가, 재활 등 질 높은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진형 공공 노인주거 복지시설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에 발맞춘 선진국형 노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공공형 구립 노인주거 복지시설은 노인주거문화의 신개념 모델로서 노인복지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통합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노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주변에 요양시설, 치매 등 노인복지시설, 장례시설이 들어서려면 여지없이 반대민원에 부딪혀 난항을 겪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우리 지역만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 때문이다. 우리 구 역시 시범적으로 공공형 구립 노인주거 복지시설 건립을 계획하고 추진하려 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의식한 구의회의 반대로 좌절돼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비보는 참으로 암담할 따름이다. 이것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적인 맥락에서 인정하고, 선도하며, 감싸 안으며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체적 과제임을 되새겨야 한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가 풍요롭게 살 수 있었던 배경에 선대를 일군 노인들의 공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어르신들의 구부정한 어깨만큼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게 된 노인의날을 보내며, 누구나의 아버지요 어머니이며, 미래의 나 자신이 될 노인 정책에 당장 눈앞의 급급한 이기심보다는 공동체적인 입장에서 모두가 더 많은 관심과 이해와 배려를 가져주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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