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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우선 반가운 소식이 틀림없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한중 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하길 양국이 합의했다는 외교부 홈페이지의 내용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이번 합의가 사드 갈등의 실용적 접근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점을 인정하되, 이로 갈등하기보다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한층 현실적이며 양국 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개막 보고에서 밝힌 것처럼 상호 존중과 협력, 상생에 기초한 신형 국제관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 외교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을 때 인류 공동운명체 개념을 더 큰 힘으로 전개할 것이란 기대를 갖기는 했지만 동북아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데 있어 동반자 관계를 중심으로 한 외교적 실천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더욱 그렇다. 사실 중국은 현재 주변국과 관계가 좋지 않다. 우리와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과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있고, 일본과도 관광객 교류 등이 확대되고 있지만 영토 분쟁 외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인도와 군사적 대치 상태에 있다. 주변 정세가 복잡한 도전 상황인 것이다.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형 국제관계 화두에는 ‘중국의 힘’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덩샤오핑 때부터 이어져온 도광양회(韜光養晦 :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에서 벗어나 분발유위(奮發有爲 :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겠다)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는 단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외적으로 경쟁과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드 문제 역시 그렇다. 이번 양국 합의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유보했다는 점을 우리는 확실히 알아 두어야 한다. 불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사드 보복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은 없었다는 점이 걸린다. 강경화 장관은 이번 한중 합의의 전제나 다름없는 세 가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데 한미 동맹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킨다면 안 될 일이려니와 우리가 미국에 가깝게 갈수록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전반적인 한미 동맹 강화가 중요한 시기임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으려니와 한미 동맹 이간질이라는 세력과 맞서야 하는 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합의가 한중 관계를 정상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필요한 것이라면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더하여 한중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기약하려면 무엇보다 두 나라 국민 상호 간에 형성된 나쁜 인식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민간 사이에 다양한 교류 채널 확대가 시급하다. 문화적 교류는 물론이고 경제적 협력 역시 조속히 재가동돼야 한다. 중국 최초의 민영경영전문대학원인 장강상학원(CKGSB)의 리웨이 교수가 지적하듯이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의 사례가 중국의 경제정책 결정자들과 기업에서 받아들여야 할 모범"이라는 점과 한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인접 국가들과의 경제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만 중국에도 유리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의 이웃 국가이고, 역사적으로나 정신문화 면에서 전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통하는 부분이 많은 나라다. 이런 이점을 살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시장을 활짝 열고, 제조업뿐만 아니라 문화산업 부문에서도 협력 교류의 폭을 넓혀 우호적으로 상생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드 갈등이 미·중 대결의 여파 때문이라고 하지만 보복당한 한국인의 마음은 크게 멍들었고 서운한 감정이 많이 쌓였다. 한국의 중국 친구들을 실망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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