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17해양수산취업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관련 업체의 채용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7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17해양수산취업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관련 업체의 채용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항로표지 전문 제작업체(5명), 수상레저 장비업체(2명), 수산물 도소매업체(2명), 반려동물 영양제 제조업체(1명).’

7일 송도켄벤시아에서 열린 ‘일자리의 바다 해양수산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인천 업체와 구인 수다. 인천경제의 33%를 차지하는 지역 항만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준 수치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전국 해양수산 주요 기업 28곳과 공공기관 19곳, 해양수산 관련 고교·대학 7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인천 기업은 고작 5곳(구인 수 미정 1곳 포함)이었다.

이름을 알 만한 지역 항만기업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항만 관련기관의 한 관계자는 "참가비도 없다는데, 지역 대표 기업이라면 홍보관이라도 들어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평소에는 지자체에 이것저것 요구하더니, 지역 행사에는 불참했다"고 꼬집었다. 인천 항만기업들에게 지역인재 등용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들에게는 단지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지원 부족 탓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인천에서 처음 열린 이번 취업박람회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지역 항만업계는 ‘짠물’의 속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지난 2001년 전문가와 항만 업·단체들이 내놓은 ‘인천항 비전21’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당시 관련 업·단체들은 북항과 남항, 인천신항을 만들고 내항을 재개발해 항만 경쟁력을 키우자고 합의했다. 하역사들은 ‘인천항의 생산유발효과가 지역 경제의 33%’를 차지한다고 외쳤을 뿐, 내항 8부두 친수공간 조성은 미뤘다. 인천항운노동조합도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앞장서서 반대했다. 결국 인천내항 물동량은 지난 2004년 4천529만t에서 2007년 4천250만t, 2013년 3천50만t, 2015년 2천872만t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보니, 10개나 되던 인천내항 부두운영사(TOC)는 1개로 줄여야 할 판이 됐다. 구조조정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지역 항만업계 입장에서는 인재 발굴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 되고 만 것이다. 1·8부두 재개발 역시 한발짝도 못나갔다. 여기에 인천항의 미래를 책임질 인천신항은 당초 2020년까지 1-3단계 공사를 마치고 30개 선석을 갖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달이 돼서야 1단계로 계획된 12개 선석 중 절반인 6개 선석이 가동에 들어갔다. 그 사이 부산은 인천을 한참 앞질렀다. 인천신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은 268만TEU에 불과했다. 반면, 부산항은 올해 1∼9월에만 1천523만7천여TEU를 처리했다. 게다가 인천에는 지역 해양인재를 육성할 전문교육기관도 없다.

김상은 내항살리기시민모임 대표는 "10여 년 전 부산은 학계와 업계, 정치권, 시민이 똘똘 뭉쳤는데, 인천은 선사와 화주가 중심이 돼야 할 해양수산업이 하역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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