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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언규 경기본사 사회부장
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중앙경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 전체가 아닌 국가 내의 일부지역에 소속돼 그 지역과 주민의 치안과 복리를 위해 활동하는 경찰을 의미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임무를 갖고 방범순찰, 사회적 약자보호, 기초질서 위반 단속, 교통관리, 지역행사 경비 등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자치경찰제 도입을 하나로 묶어 풀어야 한다는 견해 속에 적어도 내년 시행안을 마련해 늦어도 오는 2019년에는 시범적으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운영한다는 복안으로 지난 7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시행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내용으로 전국 각 시도에 자치경찰본부를 둬 일부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시도 자치경찰대는 시장·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되며, 시·군·구 단위로 2만여 명 규모를 예상된다. 또 자치경찰이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가벼운 사기·절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범죄와 공무집행방해·음주운전 사건 등의 수사권을 보유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보안·외사·정보 등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사무, 사이버테러 수사 등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국가경찰 영역으로 남겼다. 그러나 이 같은 권고안에 경찰내부나 시민단체 일각에서 엇갈린 의견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자치경찰이 정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통제를 받게 됨에 따라 이들이 속한 정당의 광역이나 기초의원들마저 지방정권 유지용으로 활용하며 이를 선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공정성 저해마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가목적적 치안 활동을 위한 조정통제가 곤란하고 자치경찰 운영에 따른 자치단체의 재정부담 증가, 자치단체별 빈부격차에 따른 치안서비스 차이 등 단점으로 꼽히는 문제점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공룡’ 국가경찰 조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모양새여서 중앙집중적 경찰 권력을 해체하려는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확정도 안 된 상황에서 경찰 권한 분산부터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지방자치로 재정이 더욱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 찬물을 끼얹는 촉매제가 될 우려가 높다. 그나마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수원과 성남, 용인, 안양, 고양, 안산, 과천, 시흥, 의왕, 하남, 이천, 김포, 광주시 등은 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나머지 시·군은 20∼40% 이내여서 지방자치 25년이 넘도록 여전히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치 않은 자치경찰은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마저 높다. 이 때문에 경찰을 이원화하는 파격적인 제도이기에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경찰 안팎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이번 권고안을 두고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존 국가경찰에 대한 구조개혁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은 결국 국가경찰을 ‘식물 경찰’로 전락시킬 것이 뻔하다.

지금 우리 지방자치는 3선 연임이라는 제도하에 자치단체장들이 선심성 행정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며 자치본연의 의무를 망각하는 촌극이 종종 빚어지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이 높지 않아 자치경찰에게 수사권이 전부 넘어가면 자칫 경찰이 지자체장의 손발로 전락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이에 수사 관할권 다툼이 우려될 정도로 수사권을 대폭 자치경찰에 넘겨주는 내용이라거나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확정도 안 된 상황에서 경찰 권한 분산부터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자치경찰의 권한이 오·남용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이 먼저 실현된 뒤에야 자치경찰에 일부 수사권을 넘겨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자치경찰로 가는 길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쳐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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