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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가을이 무척 깊어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마치 초겨울 같은 매서운 추위가 셔츠 안으로 마구 비집고 들어옵니다. 컴컴한 새벽길을 나서는 사람에게 매서운 추위는 곧 고독한 순간이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고독은 아무도 없다는 느낌, 그래서 외롭다는 느낌이겠지요. 시험을 앞두고 밤을 새우며 책을 보는 학생 역시 고독할 겁니다. 그러나 그 고독은 큰 기쁨을 선물하기 위한 과정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참된 성공을 이루기 전에는 반드시 고독의 순간이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화려한 비상은 눈물겨운 훈련의 시간들, 즉 고독의 순간들이 만들어낸 기적일 겁니다. 그래서 행복과 불행은 그 고독의 순간들을 어떻게 맞이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원래 첼리스트인 토스카니니는 지독한 근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악보를 볼 수가 없자, 그는 자신이 연주해야 하는 모든 악보를 완벽하게 외우고서야 무대에 올랐습니다. 다른 연주자들은 몇 번의 연습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토스카니니만큼은 동료들이 보낸 시간의 몇 배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러니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가 속한 관현악단의 지휘자가 공연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갑자기 그만 두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니 악단은 새로 지휘자를 불러와 연습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그때 토스카니니가 모든 악보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그에게 이번 공연의 지휘를 부탁했고, 토스카니니는 수락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세기 불멸의 지휘자로 평가받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탄생했습니다.

 눈이 나빠서 악보를 외울 수밖에 없었던 토스카니니, 그러나 악보를 외우는 동안의 길고 긴 고독이 그를 세계 최고의 지휘자로 거듭나는 영예를 안겨주었습니다.

 어느 학생이 질문합니다.

 "아무리 꿈을 품고 노력을 해도 상황이 제 예측과는 전혀 달리 흘러갑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나요?"

 선생님은 편안한 목소리로 이렇게 조언해줍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단다. 하지만 거기에는 ‘시간’이란 변수가 들어가 있단다. 다른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손, 그러니까 노력에 달렸지만, 시간만큼은 어쩔 수가 없단다. 그러므로 앞길이 막막할 때는, 이루어질 때까지 버티는 거야. 그러니 네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버티기’란다."

 맞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보는 겁니다. 포기는 절망을 뜻하지만, 버티기는 희망을 안는 거니까요.

 어느 부자 농부가 양곡을 쌓아둔 넓은 창고 안을 돌아보다가 그만 자신의 값비싼 손목시계를 떨어뜨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소용이 없자, 농부는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현상금 100달러를 걸고 동네 아이들에게 찾도록 시킨 겁니다. 100달러라는 큰돈에 매료된 아이들 역시 아무리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 없자 저녁 무렵에 모두 포기하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집에 사는 한 아이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몇 시간이 흘렀을까요. 바깥은 고요해졌고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창고 안은 어떻겠습니까. 적막이 흘렀고, 칠흑 같은 어둠은 무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적막 속에서 재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요?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그것이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아마 고독의 과정을 버티지 못해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구나 고독한 시간들을 갖게 됩니다. 그 외로운 시간들은 때론 우리를 힘겹게도 하지만, 성공과 행복이라는 열매를 쥘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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