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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기 사회부

인천의 섬들이 낚시어선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작은 섬은 더 더욱 그렇다. 인천에는 150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이 중 큰 섬 일부에 해경파출소가 있어 선박의 입출항 관리 등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섬들은 민간인이 낚시어선 출·입항 신고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만 봐도 그렇다. 어선 출항 전 해경 영흥파출소에서 경찰관들이 나와 임장검사(임검, 사람이 직접 나가 검사하는 행위)를 실시했다.

그런데도 선장과 낚시객 등 15명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사고가 일어났다. 제대로 된 점검이 있었다면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점검이 없다면 또 다른 사고 발생 시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의 많은 섬을 관할하는 옹진군을 보자.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총 128대의 낚시어선이 등록돼 있다. 가장 많은 곳은 48척의 영흥도이다. 그 다음으로 자월이 24척, 대청 20척, 북도 17척, 연평 7척, 백령 1척 등에 이른다. 보통 파출소가 있는 섬에 근무하는 해경 직원들은 낚시어선의 출항 전 임검을 통해 승선원의 안전관리 상태, 구명조끼 착용, 술 반입 여부 등을 점검한다. 출·입항 신고서에 게재된 명단과 실제 탑승인원이 일치하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출항 어선의 안전관리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절차다.

하지만 해경은 영흥도나 덕적도 등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도서에만 파출소나 출장소를 운영 중이다. 문갑도나 소야도, 승봉도, 이작도 등 소규모 섬에서는 어촌계장 등 민간인이 출·입항 신고업무를 맡고 있다. 선주나 선장으로부터 승선 명부 등이 적힌 대행신고서를 받아 해경에 전달한다. 이들 민간인들은 해경을 대신해 출항 어선의 점검도 담당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민간인이 실시하는 출·입항 신고와 임검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섬 주민이다 보니, 점검은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섬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담당자가 이 업무를 맡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영흥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 같은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그는 "옹진군 자월이나 이작, 승봉도 등 작은 섬에는 해경이 없어 어촌계장이 출·입항 신고를 대행하는데, 그냥 선주가 서류를 작성해 주면 끝난다"고 했다. 영흥도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사고가 언젠가는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상황을 대처할 수없다. 해경 입장에서는 출·입항 신고를 대행하는 민간인이 제대로 해 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인원 부족을 탓 한다. 작은 도서지역까지 경찰을 파견해 임검을 실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해경 스스로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런데 별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지난 5일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우려와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조속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이후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진심이 담긴 말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해경의 다짐을 기대해 보게 한다. 여느 공직자나 정치인처럼 황 서장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그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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