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과 세입자가 머물던 3천여 가구의 70% 이상은 빈집인 상태다. 이곳 주민들은 정든 동네를 차마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인근 십정2동과 간석동, 구월동 등지에 전·월세방을 어렵게 구해 세간살림을 옮겼다. 2022년 1월 새 아파트로 입주할 때 까지 앞으로 3년 간 ‘남의 동네’에서 지내야 한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총 1천만 ∼3천만 원의 자산평가가 결정된 쪽방촌 홀몸노인들은 권리가액의 60%를 무이자로 대출해준다고 해도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언덕배기에 사는 정 씨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한 자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나선 집은 그나마 다행이다. 빚을 낼 엄두를 못내거나 현금청산해도 단칸방 하나 구할 수 없는 노인분들은 아직도 이 동네에 산다.
내재산지킴이 사람들도 그렇다. 이들이 사무실을 꾸린지도 1년 4개 월이 흘렀다. 지난해 9월 3.3㎡당 평균 400여만 원이 나온 이 구역 재산평가에 집단 반발해 만든 사무실이다. 3만∼5만 원씩 5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후원을 받아 사업무효 소송 등을 아직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이 위치한 십정1동 309-138 빨간 벽돌집도 내일 모레까지 쓰고 이제는 비워 줘야 한다. 인천도시공사와 내재산지킴이가 올해 말까지만 쓰기로 약정해서다. 사무실은 박경희(54) 총무가 늘 지키고 있다. 올 한 해 실거래가 보상과 뉴스테이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매주 1회 집회와 회의를 했다. 투쟁의 열기가 가득했던 이 공간은 어느 새 ‘동네 사랑방’이 됐다.
아직 살림살이가 좀 남아 있는 이곳에 와서 이사를 못간 주민들이 수저며, 그릇이며, 믹스커피며, 이것 저것 빌리러 온다. 그러다 이날 사무실을 찾은 김 모 아주머니처럼 금새 눈시울을 붉힌다. "졌다, 졌어. 내 두 손 두 발 다들고 나간다는 데도 이렇게 까다롭게 구나. 정말 속이 터진다" 공가확인 절차가 연로한 아주머니 혼자서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쏟아 낸 말이다.
박 총무도 권리가액의 60%를 대출받지 못해 아직 이사를 못가고 있다. 30년 넘게 이곳에 살았지만 단독주택 일부에 무허가가 있어 은행대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이 구역 새 아파트의 분양권에는 5천만∼6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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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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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정동 소식만큼은 공정하고 형평성있게 보도 해주셨어 감사드립니다..
기호일보 와 특히 김종국 기자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