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략 시대의 한·중·일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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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략 시대의 한·중·일 삼국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18.01.0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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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북한이 화성 15형 미사일 발사와 함께 선언한 ‘핵무력 완성’이 어느 정도의 핵무력 수준인지 계속 확인을 해봐야겠으나 확실한 것은 북한이 이제 미국의 군사적 옵션까지 억지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일단 외부 세력에 대해서 정권의 생존 보장을 ‘거의 확실하게’ 달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래전 냉전시대에 미국과 옛소련이 가공할 수효의 핵무기로 상호 확증파괴라는 억지력을 달성하는 모습에 익숙해졌고, 근래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최소 억지전략과 한일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전략에 직면해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이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의 세계는 일반적인 군사 안보의 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즉, 서로의 안보를 위해서 스스로 상대방에게 목숨을 내놓기로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확실히 보장해야(상호 확증파괴) 상대를 공격하는 일이 자살 행위임을 알고 아예 공격할 생각을 접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핵무기 보유 국가들은 이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핵무기에 대해 서로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이 구조가 북한이라는 불량국가의 핵무장으로 서서히 깨져가고 있다. 그러니까 불량국가의 무모한 공격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므로 억지력을 넘어 방어 무기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중의 갈등이 생겨나게 됐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서 최소 억지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중국이 핵심 이익을 침해당했다면서 갖가지 압력 수단을 동원했던 바는 2017 한 해 동안 명백하게 경험한 바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거둬 들일 리 없고, 미국은 미사일 방어 무기를 어떻게든 배치하려 할 테니 중국은 핵심 이익 때문에 이를 용인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은 이런 갈등과 압력 사이에 끼여 곤혹을 치르게 돼 있는 구조에서 수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입장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한일은 군사 안보에서 전혀 다른 입장이다. 일본은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행사는 최소한에 그친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핵에 관해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우산으로 보호받는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최근 항공모함용 전투기 구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방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F-35B 전투기 도입이다. 이 전투기는 최신예 스텔스 F-35A의 파생형으로 갑판 길이가 짧은 강습상륙함에도 탑재할 수 있게 하려고 단거리 활주로 이륙과 수직 착륙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기종의 도입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중·일의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리해 보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 우리도 자위적 차원에서 군사력 증강은 필수이고 기존의 국제정치 해법과 전혀 다른 상황에서 북한을 대해야 하는 난제까지 껴안게 됐다. 이전의 정권들이 무책임하게 해온 경제제재 카드 하나로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선택을 할 수 없으려니와 일부에서 주장하는 핵무기 개발이나 전술핵 배치도 무방한 현실이다.

소설 「삼국연의」에 융중대책이 나온다. 제갈량이라는 희대의 천재가 유비에게 "조조의 위나라는 군사력이 막강하고 정치가 안정돼 있어 지금 공략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고, 손권의 오나라는 장강이라는 천험의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이미 3대에 걸쳐 민심을 얻고 있으므로 역시 공략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손권 측과 우호 교류하면서 스스로 힘을 길러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진언한 것이 주내용이다.

오늘날의 동북아 상황과 1천800여 년 전의 위·촉·오가 어찌 비교라도 할 수 있을까마는 두 가지 면에서는 통하는 바가 있다. 정교한 종합전략을 가지고 승부수를 던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자력으로 타개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묘수도 없으려니와 국민의 감성적 응원으로 해결할 일이 결코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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