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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세계 최대 첨단기술 경연장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서 한·중·일 기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굴기, 일본의 귀환, 한국의 답보’라는 인식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라는 보도다. 이 전시회의 장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센터(LVCC)인데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고,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업체들만 자리 잡는 곳이 센트럴홀. 여기에 부스를 차린 중국 업체는 가전업체 창훙과 TCL 하이센스 등을 비롯해 통신업체 화웨이, 세계 1위 드론업체 DJI 등이고, 중국의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LG전자 바로 옆에 처음으로 대형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센트럴홀에서 멀리 떨어진 사우스홀에 둥지를 틀었던 것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최근의 중국 첨단기술계가 질적·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우선 기술 격차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센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차 부품 시장을 겨냥해 차량용 센서를 선보였고, 바이두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차 시스템 ‘아폴로 2.0’과 대화형 AI 플랫폼 ‘듀어OS’를 적용한 스마트폰과 가전 AI 스피커 등을 공개했고, 창훙은 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월페이퍼 TV’를 똑같이 내놨다. 이외에도 올해 CES에 참가한 전체 3천900개 기업 가운데 30%가량이 중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일본 업체들의 복귀 모습도 화제를 끌고 있다. 적자의 수렁에서 허덕이던 파나소닉은 에너지와 자동차 전장 부품업체로 변신해 TV와 음향기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콘셉트카를 내놓아 관람객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지분을 매각한 도시바는 아마존 알렉사와 손잡고 스마트홈을 선보였다. 그리고 쇠락의 길을 걷던 니콘과 카시오, 후지필름 등도 반전을 꾀했다. 니콘은 최첨단 카메라 로봇 촬영을 시연했고, 소니는 AI를 적용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콘텐츠와 원천기술력이 막강한 일본이 주력 업종까지 버리고 구조조정을 발판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뚜렷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한다.

 이런 중·일에 비해 한국은 삼성·LG전자 두 곳 외에는 명함을 내밀 만한 기업이 없었다는 얘기다. 기술 기반 기업들이 적다 보니 4차 산업 경쟁력도 뒤쳐진 양상으로 5세대(G) 이동통신이 좋은 실례다. 5G는 자동주행차 시스템과 AI를 매끄럽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인데 이미 5G 기술에서 중국에 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중국의 약진, 일본의 부활, 한국의 정체라는 심각한 위기라고 염려하는 것이다.

 삼국지는 중국의 역사소설이지만 그 속에 부침하는 영웅호걸들의 역할에 따라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모습이 오늘의 기업과 흡사하다는 데서 흥미 이상의 경영지침서로 꼽힌다.

 때를 잘 만나 좋은 터에 자리 잡고 도전 정신과 창조성을 중시한 쪽은 흥했고 그렇지 못하면 망했다. 그리고 운(運 )의 중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작은 부자는 스스로 노력하면 되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반드시 노력만이 아닌 요소도 있기 마련이다. 그 운은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런 운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지략과 투지, 또 성심성의를 다하는 능동적 자세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그런 운인 것이다.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 운(運)의 네 가지 요소가 삼국지 무대의 흥망을 결정했다면 오늘의 첨단기술 분야는 생산성 향상, 인재 만들기 혁명, 지속적인 성장을 향한 정부 내 프로젝트 및 위원회, 산업계와 연계해 추진책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기업이 대비할 때 발전이 있게 마련일 것이다.

 "좋을 때 버리라"고 했다. 후진국형 정치와 손잡고 미래의 유망 산업보다 지금 재미 보는 사업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쇠락의 길로 나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첨단기술산업 전시회장의 한·중·일 삼국지는 이대로 끝나서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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