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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 교장
인생의 안목과 지혜를 얻는 방법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인간은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살아간다.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순간순간마다 새롭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성한 일이며 삶에 대한 감동과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는지 우리는 모르고 살아간다. 지나간 모든 일은 뒤로 한 채 우리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이는 바로 자신의 안목과 지혜를 통해 새 그림을 그리는 역사이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복을 얻는 행복의 근원이다.

 우리 모든 사람은 꿈을 갖고 내일의 희망에 부풀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일을 한다. 이것은 바로 행복이란 꿈을 찾기 위해서이다. 소주 한 잔 먹는데도 세금을 내지만 꿈을 찾는 데는 세금이 없다. 무한한 행복의 꿈을 찾아 노력하는 삶이 가치 있는 인간의 삶이다. 나는 어떠한 꿈을 찾아 노력하는가?

 자식에게 땔나무 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의미의 교자채신(敎子採薪)이란 말이 있다. 현재의 어떤 결과를 얻는 것보다 능력을 길러 멀리 내다보는 육아법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아들을 가진 사람이 아들에게 땔나무를 해 오라며 두 가지 방법을 알려줬다. 바로 가까운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해 오는 것과 멀리 백여 리 떨어진 곳에서 해 오는 것이다. 아들은 당연히 가까운 곳에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물론 가까운 곳은 언제든지 해 올 수 있으나 백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해 갈지도 모르니 그곳의 땔감부터 가져와야 우리 집 근처의 땔감이 남아 있지 않겠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뜻을 깨닫고 멀리 떨어진 산으로 나무를 하러 떠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교자채신이라는 말은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 말고 글을 가르치라는 말이나,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유대인들의 지혜와도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자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 쓰인 「대동기문(大東奇聞)」에 영조의 비 정성왕후가 세상을 떠난 뒤에 새로 왕비를 맞이하기 위한 간택이 있어 많은 처녀가 대궐에 들어왔다. 영조는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이때 김한구의 딸이 다른 처녀들과 달리 가장 깊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고, 가장 아름다운 꽃은 목화라고 대답했다. 그때 마침 비가 내려 왕이 전각 지붕의 기와가 몇 줄인가를 물으니 모든 처녀가 지붕을 쳐다보며 말했으나 유독 한 처녀는 낙숫물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수를 알아 맞혔다. 왕은 그 처녀가 지혜로운 것을 알고 왕비로 간택했는데 그녀가 바로 정순왕후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정순왕후가 왕비로 간택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자채신이란 말처럼 세상을 보는 안목과 지혜가 곧 복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안목과 지혜는 미래를 바라보는 삶의 근본이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지혜이다. 풍부한 지식의 소유자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은 가지고 있으나 문제의 예방이나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판단력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직 현명한 안목과 지혜에 의해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나무도 가느다란 가지에서 비롯된다. 높은 탑도 작은 돌 하나씩 쌓아 올리는 데서 시작된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처음과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새하얀 벽지에 내 인생의 새로운 설계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행복은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다. 건강을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듯 갖은 시련을 겪은 자만이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혜를 발휘해 각자의 위치에서 내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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