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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봉 신한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최근 들어 문재인 정부는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치와 분권의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 중의 하나가 바로 주민참여 예산제도이다. 주민참여 예산제도(Citizens’ Participatory Budgeting System)는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작돼 199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예산제도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이후 정부 주도로 ‘주민참여 예산제도 표준조례안’이 2006년 제시되면서 전국 확대의 토대가 마련됐고 2011년 지방재정법에 관련 조항이 포함되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제도의 외형적 성장과는 별개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내부적 반발, 주민참여 예산제도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 부족, 기존 예산제도에 비해 어떤 효과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논쟁 등이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소위 말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통한 자기 결정의 확대라는 민의의 실현뿐만 아니라, 주민참여를 통해 예산제도의 효과성과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여기서 참여란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참여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예산제도에서의 참여는 대의 민주제하에서 공공지출 결정에 대해 주민참여 기회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정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이해된다. 또한 주민 스스로가 재정 참여를 통해 지역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재정의 도구적 측면에서 효과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예산제도이기도 하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에 이러한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 투명성이다. 예산의 투명성은 예산제도의 과정 측면에서의 주요 이념이면서 재정민주주의 실현의 주요 논점이다. 투명성 요인은 주민참여가 말하는 참여의 속성과 관계가 있는데,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가 독점하고 있는 예산 편성권을 지역주민에게 분권화 하는데 있다. 예산에 대한 주민참여는 그 속성상 예산에 관련된 각종 정보인 예산 순위, 예산안의 내용, 예산안의 수혜 집단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하게 된다. 재정운영의 투명성은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장점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둘째, 대표성이다. 주민참여 예산제도에서 주민의 예산참여는 예산 편성의 참여를 의미한다. 주민참여예산의 편성은 주민 중에 선출된 예산위원에 의해 이뤄지므로 이들의 대표성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주민참여 예산제도 역시 지방자치제도의 일부이므로 자기 결정의 이념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참여 예산제도에 따른 예산위원의 대표성은 선거라는 법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주민대표인 의회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예산안이 갖는 지역사회의 분배적 성격을 고려할 경우 이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를 통한 예산안이 일반 예산안보다 주민의 지지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에서는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이다. 주민참여 예산제도에 있어서 고려할 또 다른 특성은 전문성이다. 주민참여 예산제도 도입에 있어서도 문제가 제기된 부분이 주민참여 예산제도 참여자들의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문성은 대표성과 갈등 관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예산위원의 특성 중 공정성 역시 중요하다. 예산위원의 공정성은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목적상 긍정적인 입장이 우세한다. 그러나 주민참여 예산제도가 장기화할 경우 특정 구성원에 의한 지대추구(Rent-Seeking)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이상에서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투명성, 대표성, 전문성은 복합적으로 작용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실제 개선 요인은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예산안 자체가 가지는 내용적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예산제도가 가지는 내용 및 절차의 효과이다. 전자의 경우는 예산안이 실제 집행됐을 때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인 반면, 후자는 제도 자체가 도움이 되는 전제하에서 참여예산이 실제 최종예산에 어느 정도에 반영되는지와 그 반영 과정이 잘 이뤄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 주민참여 예산제도에서의 절차개선 요인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예산 요구가 합리적으로 제시되고 있는지와 편성에 있어 능률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전자는 주민 의견의 공개적 토의, 협상, 합의를 통한 의견의 합리성 확보 과정이다. 후자는 확보된 의견 즉 예산 요구가 예산안으로 편성돼 심의 절차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다. 전자를 주민 의견 합리성으로, 후자를 절차 능률성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면 주민참여 예산제도의 실질화를 통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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