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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농악과 사물놀이, 탈춤 등의 민속놀이에 주로 등장하는 악기 중에 모래시계 모양의 나무통 양면에 가죽을 대서 만든 장구라는 타악기가 있다. 장구는 채로 치는 북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杖鼓’라고 쓰지만 ‘장구’라고 말한다. 장구는 반주의 역할을 주로 맡기 때문에 주 연주자의 음악에 잘 조화되도록 다양한 변형 장단을 구사해 연주하기 때문에 음악의 맛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연주법이 있지만 장구는 대체로 오른 손으로는 채를 이용해 강한 소리를 내고, 왼 손은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소리를 내게 돼 있다.

 뜬금없이 장구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오른 손과 왼 손으로 부드러운 소리를 내면서 주 연주자의 음악에 잘 조화가 되도록 하는 장구 연주 모습이 마치 아버지는 자식에게 엄하게 대하고 어머니는 사랑으로 감싸 온 우리 전통적 가정의 보편적 모습이었던 엄친자모(嚴親慈母)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가정에서 엄한 부친과 자애로운 모친을 뜻하는 ‘엄친자모’의 전통이 사라진 지 오래다. 급격한 사회 변화의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가정에서 찾아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장구를 연주할 때 양 손의 채와 손바닥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자녀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교육의 묘약(妙藥)이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써 보자. 아주 쉽지만 실천이 잘 안 되는 방법들이다. 그러나 효과가 매우 큰 비타민과 같은 방법들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녀와 얘기를 자주 해보자. 대화는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묘약 중의 묘약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말걸기가 아닌 부드러운 소통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평소에 습관이 되지 않으면 절대 잘 할 수 없는 일이다. 출장 중에도 하루 한 번씩은 꼭 자녀들과 전화 통화라도 했다는 미국 케네디가의 자녀 대하는 방법이 대단한 이유이다. 자녀가 부모의 기준에 다소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과 격려를 자주 해주자. 자녀마다 성장 속도나 능력은 제각기 다르다. 꽃이 피는 시기가 각각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봄철에 일찍 피는 진달래일 수도 있고 늦가을 국화일 수도 있는 것이다. 칭찬과 격려는 자녀의 능력을 키우고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목소리까지 밝게 하는 특효가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바꿔 보자.

 ‘예쁜 녀석은 매 한 대 더, 미운 녀석은 밥 한 그릇 더’라는 말이 있지만 사랑의 매는 없다. 매는 폭력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부모는 사랑의 매라고 하더라도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자녀 교육은 화초를 키우듯 해야 한다. 관심있게 지켜보되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무 가지치기 하듯 조언해 주는 것이 옳다. 자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모가 먼저 해 보자.

 적도 아프리카의 랑바레네에 병원을 개설하고 평생 인류애를 실천한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가 추천한 자녀 교육방법은 Example(본보기, 모델,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과도 같아서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잘하기만 강요하면 오히려 부모에 대한 반감과 불신만 키우게 된다. 자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거나 좋은 일을 해보자. 그 효과는 배로 거둘 수 있다. 작은 봉사라 할지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결코 아니다. 물은 그릇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땅으로 스며든 물이 주변에 싹이 트게 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이다. 햇볕을 잘 받으면 곧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나무처럼, 작은 봉사라도 하면서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TV를 멀리하고 틈틈이 책을 읽는 부모가 되어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들은 하나같이 어린 시절 책과 가까이 했던 추억을 말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는 아이에게 지식과 함께 말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창의력도 갖게 한다. 독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이 깊고 신중해 체계적인 사고력을 갖는다. 아예 TV를 집안에서 치워 버리는 가정도 있다. 가벼운 잡지라도 좋다.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은 ‘공부해라!’ 열 번을 외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모두 밑으로 빠지는 것 같지만 어느새 기적같이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오른 손의 채와 왼 손의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소리를 내어 주 연주자를 빛나게 하는 장구 연주처럼 엄친자모의 균형있는 가정교육의 전통이 각 가정에서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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