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힘을 이길 수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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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힘을 이길 수 없는 정부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8.02.12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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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노동시장과 물가 그리고 사회적 갈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7에서 8p 남짓하던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8년에는 16.8%로 급등했고, 시간당 최저임금은 6천470원에서 7천530원이 됐다.

 물론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2018년 최저시급이 18.29 호주 달러, 약 1만5천500원으로 우리의 약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호주와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호주는 제조업 중심국가가 아니라, 농축산업의 제1차 산업과 서비스 산업이 중심인 국가이다.

 서비스 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우리와 다른 문화와 경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서는 가구점에서 침대 하나를 살 때 가구점 직원 또는 서비스 업체가 침대를 집에까지 운송한 후 조립·설치한 다음 침대 포장용 비닐까지 수거해 간다. 하지만 호주에서 가구점은 침대만 팔 뿐, 배송·조립·쓰레기 처리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고 소비자는 따로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구점은 기껏해야 배송업체와 배송 일자와 시간에 대한 예약만 도와줄 뿐이다.

 그리고 인건비가 정말 비싸다. 펑크 난 타이어 수리비만으로도 10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고, 타이어 수리 기간이 1주일까지 걸리기도 한다. 잠긴 문을 열어 달라고 열쇠 수리공을 부르는 것도 큰일이다.

 우리 돈으로 10만 원 가까이 비용을 내야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은 할증료까지 붙는다. 이뿐 아니라 예약하지 않으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잠긴 아파트 문 열어 달라고 119에 전화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렇게 다른 나라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어떤 나라의 제도 중 유리한 것만 받아오고 그 배경은 이해하지 못하면 얼마나 혼란스러운 결과에 이르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쓰기 싫어하는 사자성어로 귤화위지(橘化爲枳)가 이에 해당하는 말이다. 즉,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직접 건드리기 전에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있다. 서비스 산업이 더 활성화되도록 하는 산업구조의 전환정책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분석 그리고 시장 자율이냐 정부의 규제냐에 대한 철학과 가치의 검토이다.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 제조업에 근간을 두고 있는 국가이다. 대기업은 이미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고,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규모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최저임금만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금이 오르면, 아파트 관리비, 음식값, 채소값, 교통비 등 모든 것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물가인상이라는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 오른 물가에 맞게 또 다시 임금이 오르기 전까지는 서민들의 지출만 늘어나게 된다.

 한편,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중소상인들의 수입은 많은 부분 인건비 절약으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한 기술이나 독점성이 없는 한 낮은 인건비를 통해 한계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는 기업과 상인들이 많다. 경기가 좋아지고 매출과 수익의 증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적자로 전환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들의 선택지는 인력을 감축하는 것뿐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기업들에게 유리한 것을 들라면 높은 수준의 교육, 성실성, 상대적 저임금과 낮은 전기요금 등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상대적 저임금이라는 장점이 약화됐고, 원전과 화력발전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강화로 인해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서비스 산업을 어떻게 전환·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정책을 수립, 시행한 다음 적정하게 스텝을 맞춰서 최저임금을 인상했어야 한다. 그리고 유럽이나 호주 등 임금이 높은 국가들의 선례를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 유럽이나 호주의 세율이 50%에 이른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당장 세율을 50%로 높일 수 없듯이 말이다.

 그나마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힘든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찾기 어렵게 됐다. 아르바이트, 인턴도 현재로서는 아주 소중한 일자리들이다. 국가의 책무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산업구조 전환과 함께 국민이 먹고 살며 행복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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