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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금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지에서는 전 세계 90여 개국의 대표선수 약 3천 명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의 선수들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이른바 ‘와일드 카드’를 받아 뒤늦게 이 대회에 참석함으로써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과 김정은의 특사인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여정,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리선근 등 고위급 대표단과 예술단, 응원단 등이 대거 우리나라를 방문해 실로 모처럼 만에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국위를 크게 떨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우리의 눈길을 끄는 사안은 바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여동생 김여정의 움직임이다.

 그녀는 2박 3일간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무려 4번씩이나 만나는 가운데 청와대에서 직접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 친서에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으며, 편하신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和答)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다른 어떤 때보다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런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 모두는 우선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문 대통령이 말한 "정상회담 성사 여건이 하루라도 빨리 조성될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왜냐하면 분단 70여 년에 이르는 동안 남북한 간의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돼 왔던 남북관계가 정상회담으로 인해 관계 발전의 새로운 계기와 이정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던 지난 2000년 6월 제1차 정상회담의 경우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서로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평화통일을 실현할 기반을 구축했으며, 2007년 10월의 제2차 정상회담 역시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 ‘10·4선언’을 채택했다. 물론 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이번 정상회담 제안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남북관계나 한반도의 주변 정황은 크게 다르다.

 즉 제1차 정상회담 당시는 미국과 북한 간의 ‘제네바회담’에 따른 북핵이 동결 상태였고, 제2차 정상회담 당시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6자회담’을 통해 ‘2·13 북핵합의’를 이끌어낸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민족 공동의 기개와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기 위해 대규모 고위급 대표단과 예술단, 응원단, 선수단을 파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 정도로 불투명했고, 한반도 주변 정황 역시 고도의 긴장감이 조성됐었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북한당국이 거듭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자칫하면 한반도가 화약고로 변할 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감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김정은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단추가 자기 책상 위에 있다"면서 미국을 공갈 협박했으며, 미국 역시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 검토’ 등 무력까지 동원할 태세였다.

 바로 이런 일촉즉발의 긴장 조성 상황하에서 실로 모처럼 만에 남북의 정상이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적 방법으로 새로운 관계 정립과 발전을 이룩할 정상회담 문제를 탁자 위에 올려 놓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북한의 ‘핵폐기’와 관련한 이행과 실천이다. 즉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거나, 이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행과 실천 방안을 내놓아야만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 말하자면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자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며,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성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때보다 핵폐기와 관련한 북한당국의 납득할 만한 이행조치나 실천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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