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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의 장점이 보이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칭찬하게 된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칭찬에 인색한 이유 중의 하나는 칭찬을 아부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내가 하는 칭찬이 아부가 아니라는 확신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칭찬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사실 칭찬과 아부는 겉으로 봐서는 같거나 비슷합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무척 다릅니다.

 아부가 사람을 이용해 사물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칭찬은 사물을 이용해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아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칭찬은 상대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그에게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행위가 ‘너’에게 유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칭찬을 아껴선 안 될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란 책에 소개된 어느 여성 성악가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이가 많은 유명 지휘자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신부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젊은 성악가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들의 결혼 소식을 달가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여자가 남편의 유명세에 힘입어 크게 성공할 거다." "남편의 유명세 때문에 그녀가 의도적으로 결혼했다." 이런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니까요.

 그런데 그들의 결혼 생활은 어땠을까요. 지휘자인 남편은 아내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녀의 단점을 지적하면서 연습을 시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내 역시 남편의 지적에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고, 급기야 노래를 포기하고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몇 년 후 남편이 죽었고, 다시 몇 년 후 그녀는 어느 사업가와 재혼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남편이 그녀의 등 뒤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요?

 "지금 부른 노래, 당신이 부른 거요?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소. 여보, 당신, 노래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노래를 부르지 않은 게 벌써 17년이나 지났는데요. 그게 가능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겠소. 한번 해봅시다. 내가 도우리다."

 이렇게 그녀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신문마다 그녀의 화려한 재기를 대서특필했습니다. 나중에는 가수라면 누구나 한번 서 보고 싶어 하는 카네기홀에서도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노래를 들은 관객 모두는 기립박수로 프리마돈나의 탄생을 축하해주었습니다.

 노래를 잘 아는 지휘자인 첫 남편과 살 때는 노래를 포기했지만, 노래를 전혀 모르는 사업가인 두 번째 남편을 만나서는 프리마돈나로 거듭난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바로 칭찬이었습니다. 단점을 지적하면 주눅이 들지만 칭찬을 들으면 자신의 재능을 더욱더 끄집어낼 수 있을 겁니다.

 정신분석학의 지평을 연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은 두 가지 동기에서 행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성적 욕구’라는 동기와 ‘위대해지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칭찬은 바로 ‘위대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칭찬을 들은 사람이 더 노력하게 되고 결국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거예요.

 프리마돈나의 탄생 이야기를 통해 칭찬은 사랑을 의미하고, 그 사랑은 상대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을 때 꽃을 피운다는 지혜를 배웁니다. 상대의 밝은 미래를 믿어줌으로써 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힘들다고 해도 기꺼이 그 과정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바로 칭찬이 주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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