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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최대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이 계약금 납부 지연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달 8일 랑룬그룹, 인천경제청, 인천도시공사 수장들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미단시티 땅 7만여㎡을 871억 원에 매각하는 토지매매계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사진=인천경제청 제공>
인천 최대 규모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인 ‘랑룬 다이아몬드 시티’ 조성사업이 백지화됐다. 4조 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겠다고 해놓고 43억 원의 계약금조차 지불하지 않아서다.

13일 인천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인 랑룬(Longrunn)은 지난달 8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영종도 운북동 1278-3 일원 7만6천㎡의 ‘유보지’를 871억 원에 사는 토지매매계약을 도시공사와 맺었다.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건립하기 위해서다. 계약금은 전체 땅값의 5%인 43억5천만 원으로 납부일은 지난 2일까지였다.

하지만 계약금은 약속한 날짜에 도시공사 통장으로 송금되지 않았다. 랑룬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절차를 밟고 있다<본보 3월 5일자 5면 보도>며 계약금 납부일 연장을 요청했고, 도시공사는 10일을 연장했다. 그러나 랑룬은 계약금 납부 연장 마감시한인 13일 오후 5시 현재까지도 계약금을 내지 않아 계약서 자체의 효력이 상실됐다.

랑룬이 2014년 영종도 땅 32만㎡를 3천700억 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합의각서(MOA)를 도시공사와 맺을 당시 에스크로우(escrow·부동산 거래대금의 보관통장) 계좌에 보증금으로 예치했던 200만 달러(21억여 원)를 이번 계약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도시공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MOA는 랑룬의 협약 불이행으로 파기됐고, 200만 달러는 도시공사로 몰취됐기 때문이다. 도시공사는 향후 있을 법적 분쟁을 감안해 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에스크로우 통장에 그대로 둔 상태다.

계약금을 내지 않은 랑룬의 요구사항은 또 있었다. 400만 달러를 걸고 도시공사와 신규 MOA를 맺어 다이아몬드 형상을 한 미단시티 내 나머지 땅(20만㎡)을 추가로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로부터 카지노사업 허가권을 받는데 도시공사와 인천경제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는 요구 조건도 달았다.

리제민 ㈜랑룬코리아 회장은 13일 오후 5시께 이 같은 내용으로 황효진 도시공사 사장과 막판 협상을 벌였다. 도시공사는 랑룬의 과거 전력을 근거로 계약금 전액을 내지 않자 곧바로 토지매매계약을 파기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랑룬이 계약금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부 요구들을 주장했다"며 "투자 의지와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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